애거서 크리스티의 동명의 원작소설을 영화로 만든 '나일강의 죽음'의 감독이자 주연 배우였던 케네스 브래너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영화 벨파스트를 보고 왔다. 집 근처 영화관에서 아카데미 기획전을 해서 보게 되었다.

벨파스트는 북아일랜드의 수도 이름이다. 많은 사람은 알지만 많은 사람이 모르듯 아일랜드는 1922-23년의 내전으로 인하여 영국에 귀속되어 있는 북아일랜드와 수도가 더블린이자 아예 아일랜드라는 나라가 된 남아일랜드로 가라졌다. 1960년대 말- 1970년대 초 북아일랜드에서는 가톨릭과 개신교가 부딪히는 북아일랜드 분쟁이 일어났는데 영화 벨파스트에서는 이런 종교 갈등이 주인공 9살 버디의 눈으로 그려진다.

영화는 내내 분쟁의 긴장감과 버디의 일상이 교차하며 그려진다. 버디가 축구를 하며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개신교의 무단 공격으로 이웃집이 불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유혈투쟁을 원하는 집단(얼스터 의용군으로 추정됨)은 분쟁을 지속적으로 일으키지만 버디에게는 이상한 깡패같은 모습으로 보여지는 듯 했다. 평화로운 가족의 일상과 어쩌면 어렸을 때 할 수 있었을 법한 조금은 심한 장난은 유혈투쟁 집단에 귀속되어 큰 일이 되어버리기도 했다. 9살 버디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좋아하는 캐서린과 커서 결혼하는 것일 뿐인데 어른 사회의 쓸데업는 고집과 아집과 이념은 평범한 하루마저 위험하게 만들어 버렸다.

흑백 영화로 어렸을 적 기억을 꺼내올린 케네스 브래너의 벨파스트 연출은 '나일강의 죽음'과는 또 다른 섬세함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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