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에 미국에서 출판되었던 Am I Blue?는 2005년에 한국에 번역출간이 되었고 2021년에 개정판으로 재출간되었다. 도서관에 구판이 있어서 빌려읽었다.총 13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Am I Blue?에는 스스로를 게이나 레즈비언으로 규정한 퀴어 당사자가 주인공인 경우도 있었지만 퀴어의 가족이나 친구가 주인공인 경우도 있었다. 어떤 경우에는 무의식에서는 스스로 퀴어임을 알고 있지만 그 사실을 미처 깨닫거나 인식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스스로 퀴어임을 알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애써 모른 척 하거나 부정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사회의 차별적인 시선과 함께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가족과의 갈등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부정하는 것이었다.
퀴어 스스로가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내용이 있는 단편소설인 '달리기'와 '7월의 세 월요일'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가족과 관련된 내용이 나왔던 '어쩌면 우리는', '학부모의 밤', '마이클의 여동생', '홀딩'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사이이기에 차별적인 언어도 가장 많이 나오고 서로에게 상처를 더 많이 주는 존재이기에 아직까지 많은 퀴어가 가족에게 성정체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 4개의 단편은 퀴어 이슈때문에 생기는 가족간의 갈등을 층위를 상당히 다양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는'을 읽으면서 유대인으로 한평생 차별을 받아왔던 할머니는 손녀의 커밍아웃에 대하여 '아웃사이더가 된 기분이 어떤 건지 말하지 않아도 안단다. 편견이 어떤 건지도 말이야. 앨리슨, 네 자신에 대해 이 할미에게 말해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하는데 반하여 어머니는 딸의 커밍아웃을 이해도 공감도 하지 못하며 오히려 할머니에게는 커밍아웃을 하지 말라고 강권한다. 이미 알고 있는데. 이 단편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내용인데 현실에서는 심지어 할머니가 여자친구를 초대하였다고 한다. 멋찐 할머니. '어쩌면 우리는'을 비롯한 가족이 나오는 단편에는 가족 내에서 퀴어에 대한 시선과 편견이 담겨 있었다.
슬펐던 부분은 퀴어 자체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나 가족 내에 퀴어가 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나의 자녀가 퀴어인 것은 싫다는 발언이었다. 1995년에 메리언 데인 바우어가 책을 엮으며 당시 십대 중 10명 중 1명이 자살 기도를 하며, 자살 시도를 하는 청소년 3명 중 1명의 자살 동기가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었다.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 센터 띵동(https://www.ddingdong.kr/)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2014년에 진행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를 보면 조사에 응답한 청소년 성소수자의 80%가 교사로부터 성소수자 혐오표현을 들었고, 54.0%는 다른 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었으며, 20%는 교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하였다. 이데일리의 2016년 7월 18일의 기사 '중고생 165명중 1명 `동성애` 경험… 청소년 성소수자 건강 실태는?'(https://url.kr/o79hv4)를 보면 '질병관리본부가 매년 8만여 명의 남녀 중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조사’ 5년 치(2008~2012)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동성과 성 접촉 경험이 있는 학생은 이성과 성접촉을 경험한 경우에 비교해 우울감 2.23배, 자살 생각 2.75배, 자살시도 4.18배 등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라고 쓰여있다. 성인도 마찬가지지만 성소수자 청소년의 경우 이성애 중심의 사회에서 차별이 더 많이 경험하고 자신을 이성애자라고 규정하는 청소년보다 자살시도를 더 많이 한다. 가족의 정서적/물질적 지원이 없다면 성소수자 청소년은 죽을 위험이 더 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 내부에서 성적지향을 이유로 청소년을 차별하는 것 자체가 성소수자에게는 매우 큰 위험이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던지 반대하던지 호모포비아는 늘상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내가 누군가를 차별하는 발언을 하는 것도 자유이며 권리이다.' 차별발언은 자유도 권리도 아니다.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고 범죄행위를 자유권의 일부분이라고 보지 않는 것처럼 차별-혐오 발언 역시 범죄행위와 같은 행동인 것이다. 살인은 자유지만 살인자체가 범죄행위인 것처럼 차별-혐오 발언 역시 자유지만 범죄 행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