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탓이 아니다 - 형사전문 변호사가 전하는, 성범죄 피해자가 알아 두어야 하는 법 이야기
채다은 지음 / 좋은땅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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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 지원을 위해 쓰여진 책이지만 그 어떤 감정섞인 위로의 말이나 상담이 거의 어떻게 보면 전혀 없다시피 한 책이라서 매우 흥미로웠다. 최근에 읽은 '용서하지 않을 권리'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올바른 공감과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지원을 주로 다루었다면 '당신 탓이 아니다'는 감정적인 위로가 아닌 성범죄 피해자가 법을 통하여 가해자/피의자를 처벌하고 법을 통하여 피해사실에 대한 보상을 받길 원할 때 어떤 절차를 밟게 되는지에 대한 부분을 정말 정확하고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형사전문변호사이며 성범죄 피해자의 피의자 모두를 지원한 경험이 있는 채다은 변호사는 그 자신도 성범죄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 채다은 변호사가 당한 성범죄 피해와 고소여부, 관련하여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책에 모두 쓰여 있으니 굳이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책을 쓰면서 한 생각에 대해서는 상당히 직접적은 언어로 표현이 되어 있다. 성범죄 피해 사실에 대한 위로는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받으면 되니, 자신은 변호사로서 피해자가 형사상 받을 수 있는 절차적 배려가 무엇이 있을지, 고소를 하기로 했다면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할지, 그 과정은 어떨지, 피해를 겪거나, 겪기 전 참고하면 좋을 사항 등에 대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적어 피해자가 법정에서 받을 수 있는 충격을 최소화 시켜주기 위하여 이 책을 쓴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책을 읽으면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분명 이 사람은 여성이고 성범죄 피해지원을 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인데 성범죄 피해자 상담 시 '고소를 꼭 해야겠는가. 왠만하면 고소하지 말고 잊어버리는 것은 어떻겠느냐.'라는 문장이 처음부터 쓰여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문장을 읽고 얼떨떨하기는 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어떤 심정으로 이런 말을 하고 글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법적인 형사처벌과 피해 배상을 위해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는 과정 자체가 상당히 지난한 일이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입는 2차 피해때문에 이런 표현을 쓰게 된 것이다.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고 고소를 진행하는 여러 사건이 기사를 통해 공론화 될 경우 피해자는 검찰이나 경찰 뿐만 아니라 인터넷 기사 댓글과 각종 SNS에서 2차 피해를 입게 된다. 성범죄 피해 사실을 증언하는 것도 힘들텐데 '돈을 노리는 꽃뱀'이라는 단어부터 시작하여 여러 피해를 입게되면 피해자는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이런 2차 피해 내용과 함께 어떤 방법으로 대응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쓴 부분을 읽으며 이 사람은 심리지원이 아닌 법적인 지원을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맞고 이런 대응 또한 알고 있어야 한다는 부분에도 매우 동의를 하였다.

성범죄 피해를 당한 것은 절대 '당신 탓이 아니다'. 피해를 당했다고 인지하고 이 피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생각이 있다면 변호사를 적극 이용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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