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카 차스테인이 출연하는 모든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시카 차스테인이 출연하는 액션영화는 모두 보려고 한다. 공식적으로 비건인 제시카 차스테인이 맨몸액션으로 남성 턱주가리를 갈기는 장면은 정말이지 통쾌하단 말이야.
영화 355를 보고 싶었던 이유는 단순히 제시카 차스테인의 액션연기를 보고싶었던 것도 있지만 주연 배우 4명이 모두 여성이고, 그 여성 배우가 모두 내가 좋아하는 배우라서 더 보고싶었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말할것도 없고 '페어웰, 마이 퀸'에서 프랑스 여왕 마리 앙투아네트를 연기했던 다이앤 크루거, 스페인 출신 중 가장 유명한 여배우라고 말 할 수 있는 페넬로페 크루즈, 블랙팬서에서 나키아를 연기했던 루피타 뇽, 중국 여배우 판빙빙이 주연이다. 페넬로페 크루즈가 출연했던 영화 중 '내일의 안녕'와 '투와이스 본'을 인상깊게 봤는데 355도 추가될 것 같다.
영화 355의 제목이 355가 된 것은 18세기 미국 독립 전쟁 당시 전설적인 활약을 펼친 실제 여성 스파이의 코드네임 355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독립을 위해 행동했던 조지 워싱턴의 첩보 조직 ‘컬퍼 스파이 링’(Culper Spy Ring)의 핵심 인물이었던 이 여성 스파이는 코드네임 ‘355’로 활동하며 영국군의 동태를 살펴 비밀리에 미국에 정보를 전하는 중대한 역할을 맡았다. 355는 미국 최초의 스파이 중 하나이지만 355의 실제 이름은 지금까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CIA를 비롯하여 여러 정보기관의 여성 요원은 종종 서로를 ‘355’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내가 겪은 일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전 세계 최정예 여성 에이전트의 비공식 합동작전을 그린 영화에 부여한 ‘355’라는 제목이 모든 분야에서 이름 모르게 최선을 다해 활약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존중을 담아내고 있기에 매우 의미 있다고 전했다. 영화 마지막에 ‘355’라는 의미에 담긴 이야기를 한다.
상당히 많은 영화평에서 355의 주연배우가 여성인 것은 상관이 없는데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근데 남성이 주연배우인 스파이, 액션, 첩보 영화도 개연성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장르의 영화가 개연성이 있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은가? 이런 영화를 볼 때 제일 중점적으로 봐야하는 부분은 스파이, 액션, 첩보 장르를 어떻게 재미지게 잘 살렸느냐라고 생각한다. 내가 봤을 때는 스파이, 액션, 첩보 장르를 띄고 있는 오락영화로 355를 만든 것이라면 대중 취향에 저격한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뭐가 마음에 안드는건데? 여성이 주인공인거? 아니면 중국자본이 들어간거? 아니면 여성한테 남성이 계속 지고 쳐맞는게 맘에 안들어? 아니면 모두 다야? 남성이 남성한테 맞는 것은 괜찮고 여성한테 맞는 것은 심술이 나나본데 그러면 액션영화를 보지 말고 애니메이션을 보길 바란다. 진심으로.
정해진 성별이 여성이기에 육체적으로 약하다거나 남성 보다 감성적이라는 생각에 대해서 355는 그것이 편견이라고 접근하기보다는 다르게 다가간다. 육체적으로 약하면 도구를 사용하면 되는거고, 남성의 유혹에 넘어가기도 하지만 역으로 여성으로서 남성을 유혹해서 정보를 빼내기도 한다. 남성은 섹슈얼리티한 매력으로 정보를 얻으면 유능한건데 왜 여성은 섹슈얼리티한 매력으로 정보를 빼내면 꽃뱀인거냐? 그것도 전략이라고. 페넬로페 크루즈의 경우 능력있는 정신과 의사이지만 가족에게 충실하고 기관을 의심하지 않는 전형적인 여성상을 보여주다가 다른 파트너의 소중한 사람을 잃는 모습으로 보고 가족이 죽기 직전까지 간 후에 의식화 작업을 하는데, 355에 나오는 4명의 요원 중 육체적인 면과 액션이 제일 약하지만 정신적인 부분이 제일 강한 사람의 면모를 보여주어서 좋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제시카 차스테인이나 Team 355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아닌 모든 사람이 일상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람이 모티브인 영화이다. 제시카 차스테인이 마지막 장면에서 알아서 할 테니까 맨스플레인 집어치우라는 소리가 좋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