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공화국
안드레스 바르바 지음, 엄지영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안드레스 바르바가 쓴 빛의 공화국은 2017년에 스페인의 문학상인 The Premio Herralde를 수상한 작품이다. The Premio Herralde는 1983년에 제정되었으며 아나그라마 출판사에서 매년 스페인어로 된 원작 소설에 수여하는 상이다. 스페인어로 쓰여진 문학작품에 대한 상이다보니 스페인어권의 모든 책이 대상이다. 제일 많은 상을 수여받은 나라는 역시 스페인이지만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중남미 문학 중에서도 상을 받은 책이 꽤 많았다.


빛의 공화국을 작가 안드레스 바르바는 스페인 사람이지만 소설의 배경인 도시 San Cristóbal은 스페인에 있는 도시가 아니다. San Cristóbal이라는 도시는 스페인이 아닌 중남미 국가 중 베네수엘라, 부에노스아이레스. 도미니카공화국, 도미니카 등에 있는 지명이다. 중남미 국가 어디에나 있는 도시, 하지만 그 곳이 어딘지 확실하게 알 수 없는 도시 San Cristóbal을 배경으로 삼은 이유는 이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 자체가 어디에나 있을 수 있지만 있지 않은 이야기임을 증명하기에 그런 것일수도 있다.

21세기 판 파리대왕이라고 이 책을 소개하지만 이 책은 파리대왕와 확연히 다른 소설이다. 타의에 의해 무인도에 떨어져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었던 파리대왕과 갈리 빛의 공화국의 '무리'는 그 무리 자체가 자의에 의해서 생긴 것인지 아니면 타의에 의해서 생긴 것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함이 특징적이었다. 책에서는 납치에 의해 부모와 떨어진 아이도 있다고 쓰여있지만 납치로 인한 사회와의 단절인지 스스로 가출로 인한 단절인지 알 수 없다. 오히려 한국의 가출팸처럼 처지가 비슷한 가출 아동 청소년끼리 모여 집단생활을 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였다. 무리가 커지자 내부에서 사용되는 언어와 규칙이 생성되고 그 내용은 외부인이 전혀 알수 없었던 것처럼.

성인이 된 사람이 가출팸에 대해서 전혀 이해하지 못 하는 것처럼 화자가 사회복지 공무원이라는 설정 자체도 해당 무리가 생성된 이유 자체가 '제도권에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시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회복지정책이나 제도권에 있는 해결방법으로 왜 그 무리가 생겨났는지 이해할 수 없고, 해당 무리를 해산 시킬 수도 없고 정확하게 어떤 문제라고 명확하게 규정지을 수 없었던 것처럼, 가출청소년이 자체적으로 만든 '가출팸' 자체에 대해 우리는 이해할 수도 무언가를 해결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권에서 사용했던 방법이 결국 해당 무리를 집단 몰살 시켰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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