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즈버그의 차별 정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지음, 이나경 옮김, 코리 브렛슈나이더 해설 / 블랙피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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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이자 미국연방대법원의 대법관이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직접 쓴 '차별정의'가 출간되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책의 제목은 '차별정의'보다는 '차별에 저항하는 정의'라고 쓰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한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는 미국연방대법원의 대법관이었으며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연방대법관이자, 최초의 여성 유대인계 연방대법관이었다. 1993년 6월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으로 임명되었고, 진보/리버럴 성향의 대법관으로 유명했다.

1986년부터 1972년까지 미국 럿거스 대학교의 로스쿨 교수로 재직했고, 1973년부터 1980년까지 미국자유인권협회에서 법무 자문위원을, 이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미국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였다. 1980년 6월, 미국 연방상소법원 판사로 임명됐다.

콜롬비아대 로스쿨 교수 시절 성(性)을 뜻하는 용어로 생물학적 의미가 강한 'sex'라는 단어 대신 사회적 성의 가치가 녹아든 'gender'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인물로 유명하다.

살아 생전 성소수자 인권에도 관심이 많아 오랜 친구인 마이클 카이저 케네디 예술센터 관장과 정부 경제학자인 존 로버]의 결혼식을 주재하고, 동성 부부가 이성 부부보다 많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법인 '연방결혼보호법(Defense of Marriage Act)' 폐지에 찬성하기도 했다. 그 외에 동성결혼 합법화도 앞장서서 지지했다. 이런 LGBT 프렌들리한 성향 때문인지 2015년 8월 3일엔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의 기독교 관련 단체에서 한국 방문을 하지 말라는 보이콧 운동을 벌였다고 한다. 심지어 이 내용 관련 기사(http://reurl.kr/33C127B6FTM, 크리스천 투데이)가 아직도 삭제되지 않고 있다. 내가 부끄러운 이유는 뭐지?


 

판사가 되기 전에는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였다. 1996년 군사학교에 남성의 입학만 허용한 버지니아주에 대해 양성평등권 침해 판결을 하고, 1999년에는 국가가 장애인을 과도하게 시설에 격리하는 데 대한 차별을 지적하는 행동을 보였는데 '긴즈버그의 차별정의'에서도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좋았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2020년 9월에 췌장암으로 사망하였지만, 긴즈버그가 남긴 차별에 저항하는 의지는 책으로 남아 전해진다는 것이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긴즈버그의 차별정의'를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내용은 크게 세 부분이었다.

첫 번째는 셀리 리드와 그녀의 전 남편 세실 리드에 대한 재판이었다. 1971년만 하더라도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되고, 남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 때문에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죽었을 때 아들의 재신 집행인은 무조건 '세실 리드'에게 우선권이 주어졌다. 생물학적으로 재산집행과 성별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남성이 여성보다 우선되는 것 자체가 당연시 되는 문화였기에 법원에서는 남성 우선권을 배분 받았던 것이었다. 이 사건에서 셀리 리드의 변호인을 맡았던 긴즈버그는 항소인 의견서에서 '생물학적인 차이가 불평등한 처우를 정당화 하지 못하며,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는 비합리적인 사례는 평등보호조항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두 번째는 술 구매에 대한 재판이었다. 특이하게도 이 법률은 여성보다 남성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뉘앙스를 주는 뉘앙스였다. 여성 만 18세가 넘었을 때부터 도수가 3.2도 이하인 맥주를 구입할 수 있지만, 남성은 만 21세부터 가능하다는 법률이었다. 긴즈버거는 여성에게 혜택을 주는 것 처럼 보이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법이 젠더에 의거하여 편견을 보이는 경우라면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다루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여성을 위한 진정한 평등은 만인의 평등을 지향해야 하는 것이며, 젠더에 상관없이 법이 작용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마지막으로는 장애인 당사자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가 권리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부분은 아직도 한국에서 끝나지 않은 문제이며, 이슈가 제대로 되지 않는 내용이기도 하다. 긴즈버그는 미국 내 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법)을 통과시킨 대법관으로서 적절한 상황에서 장애가 있는 사람이 시설이 아닌 지역 사회에서 살 수 있는 선택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였다. 장애를 이유로 지역사회에서 시설로 사람을 격리시키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고 쓰는 것 자체가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소수자 감수성에 대해서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긴즈버그의 차별정의'를 읽고 여성인권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권에 대해서 감수성을 가지고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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