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랐던 이야기 - 폭력 피해 여성들의 생존 분투기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32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지음 / 오월의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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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ke가 추천해준 책이다. 어느 날인가, 홍대의 한 와인바에서 화성, Like를 만났던 날이었다. 추운 겨울이 다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매서운 바람이 불어와 당황스러웠던 그날. 와인바에 앉아 술을 마시다가 최근에 읽고 있는 책 이야기가 나왔다. 그중에 한 권이 당시 Like가 읽고 있었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였다. Like는 책을 다 읽고 집으로 배송을 보내주었다.

Like는 책을 보내주면서 '책을 읽는 동안 입과 턱에 힘이 들어가니 뭐라도 씹으며 읽는 것을 추천' 해주었는데, 이 책은 정말 견과류 같은 딱딱한 음식을 씹으며 읽어야만 하는 그런 책이었다. 그저 이주여성이 다른 인종으로 받는 차별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사 온 물건' 취급을 받는 한국 현실에 너무나 화가 많이 났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한국으로 결혼 이주를 한 타국의 여성, 특히 유럽의 여성이 아닌 아시아 지역의 여성은 '학력이 낮고 가난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중에는 4년제 대학을 마치고 자신의 나라에서 연구원 같은 일을 한 고학력 여성도 있으며, 집 자체는 현지에서 잘 사는 편이지만 자신의 의지로 한국인과 결혼을 해서 온 사람도 있다. 그 '어떤 사람'이 생각한 대로 현지에서도 '저학력 저소득' 계층이었던 사람도 있지만 '학력과 소득이 낮다.'는 것이 '그 사람을 무시하거나 차별해도 된다.'라는 의미가 될 수 없다.

내가 화가 났던 부분은 동아시아/동남아시아 지역의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은 인생의 동반자를 만난다거나 뭐 어떤 이유가 있어서 결혼을 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물건 사듯이 사 오는 '매매혼'의 개념으로 결혼을 한 부분이었다. '돈을 주고 사 온 것'이니 사람(생명체)가 아닌 물건으로 대했고 여성의 입에서 삶과 권리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너는 내가 돈을 주고 사 온 것이니 아무것도 너의 의지로 할 수 없다.'의 내용의 이야기만 반복했다. 가계를 꾸려나갈 생활비를 주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아이가 태어나게 되었을 때, 그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는 행위까지 제재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가정폭력은 디폴트였다.

정말 여러 가지로 나의 화를 돋우는 책이었는데, 페미니즘이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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