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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더트
제닌 커민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왜 읽고 싶었던 것일까?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어떤 이유가 있든지 간에 알라딘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은 잠깐이라도 나의 마음을 흔들고 간 책이다. 아메리칸 더트는 살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동네 도서관에 도서 신청을 하여 빌려서 읽었다. 알라딘에서는 이 책을 미국 문학으로 분류를 했던데 이 책이 미국 문학인지 중남미 문학인지 아니면 난민과 관련된 인권문학인지 판단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나에게 이 책은 최소한 미국 문학은 아니다. 미국 주권자가 영어로 글을 썼대도 미국 문학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초반에는 난민에 대한 내용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범죄 카르텔이나 뭐 그런 고발 문학 장르라고 생각했었다. 책을 읽으면서 라디아가 서서히 난민이 되어가고 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길에 같이 발을 들이지 나도 이 책을 난민 문제와 같이 붙들어매어 읽었다.
라디아는 애초에 난민이 될 생각 따위는 없었다. 그저 라디아의 상황이 매우 나빴을 뿐이다. 라디아의 남편은 범죄조직, 일명 카르텔에 반대하는 기자였다. 그 기사가 카르텔 두목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뿐이다. 두목의 가정에 일어난 나쁜 일은 어차피 스스로 자초한 일이기는 했지만 라디아 남편이 쓴 기사의 영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라디아의 남편과 가족이 모두 죽은 그날 이후 라디아는 그녀의 아들과 그저 살고 싶었기에 난민이 되길 선택했다.
라디아가 미국으로 향해가는 그 길에서 만난 모든 사람 중 자신이 원해서 난민이 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쓰레기 같은 현실이 싫어서 아니 실제로 쓰레기장에서 사는 그런 삶이 싫어서 난민이 되어 미국으로 향하거나 자신의 여동생을 보호하기 위해서 집을 나섰을 뿐이었다. 모두 난민이 아닌 태어난 곳에서 자연스럽고 평안하며 안전한 삶을 살 수 있었다면 그리했었을 것 같다. 아무도 아무 이유 없이 강간을 당하거나 죽을 수도 있는 그런 길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저 살기 위한 삶을 선택할 뿐이었는데 난민이 되어버렸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