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를 보고난 직후, 집에 바로 들어와서 글을 쓴다. 영화가 시작하고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어라? 스티븐 연의 한국어 실력이 늘었네?'였다. 스티븐 연이 나온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봉준호 감독의 옥자나 유아인과 함께 출연했던 버닝에서 했던 한국어에 비해 미나리에서의 한국어는 매우 '한국인'스러웠다. 옥자에서는 꽤나 끔찍했던, 버닝에서는 좀 나아졌지만 그렇다고 썩 잘한다고 말할 수 없는 한국어 실력을 보여주었던 스티븐 연이 이 영화에서는 '한국인'같은 한국어 발음을 뱉어냈다. 어쩌면 버닝에서 스티븐 연이 한국어를 못 했다기보다 내가 스티븐 연의 캐릭터를 '재수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한국어를 못 한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미나리는 미국 이민 1세대, 1.5/2세대와 한국인의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신기하게도 한국영화 같은 미국영화였고, 미국영화같은 한국영화였다. 미국영화에서의 한국인은 아주 작은 감초나 캐릭터 역할이었고 온전한 주인공이거나 그들의 서사를 가졌던 적은 그닥 많지 않았다. 한국인이 주인공이었던 영화로 기억나는 것은 '트위스터즈'인데 이 영화/다큐멘터리는 미국과 프랑스로 각각 입양된 한국인 쌍둥이가 주인공이라서 쌍둥이 2명 모두 한국어를 할 수 없었다.

미국 이민 1세대는 어느 나라에서 여정을 시작했던지 간에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그것은 미나리의 가족도 마찬가지이다. 제이콥과 모니카 역시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미국에서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서 이민을 간 것이었지만 딱히 그렇지 못 했던 것 같다. 제이콥은 농장을 만들기 위해 가족과 함께 이주를 하고 아이를 돌보기 위해 모니카의 어머니가 미국으로 건너온다.

모니카(한예리)의 엄마로 등장하는 윤여정의 캐릭터가 한국과 미국, 두 개의 나라에서 모두 HOT한 캐릭터가 되었는데 그 이유는 감독은 감독대로 윤여정은 윤여정대로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있을법한' 할머니를 제대로 그려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요리를 잘 하기는 커녕 과자하나 제대로 못 굽고 딱히 손녀/손자를 살뜰하게 챙기는 것은 아니지만 유쾌해서 좋았다. 쓸데없는 잔소리도 하지 않았고.

궁금했던 점은 다른 가족이 모두 나가고 난 뒤에 할머니가 쓰레기를 모아다 불멍을 하는 장면이 나오던데, 그 할머니는 왜 불멍을 때리고 싶어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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