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강태경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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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거의 10년 전이라고 기억하는데, 그 때 극단 하땅세 버전의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를 봤다. 한국에서 극이 올라가는 셰익스피어의 대본은 거의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한 여름밤의 꿈 이 세 종류이며, 아주 가끔 십이야나 맥베스 같은 유명 희비극이 올라가기도 하지만 극히 드물다. 햄릿 10번 올라갈 때 맥베스 한 번 올라가면 많이 올라간 편.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의 경우 하땅세가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이랑 서강대 공연장에서 한 것을 빼고는 내가 이 극을 올리는 것을 본 경우가 없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한국에서는 완전 비주류인 연극인 것이다.

이 공연을 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극이 왜 비주류인가를 알 것이다. 지금의 하땅세는 어린이극/아동극/청소년극을 많이 해서 공연을 9세, 12세, 15세 관람가로 만들고 있지만 그 때 당시의 하땅세는 매우 강한 표현을 하는 극단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이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 대본 자체가 매우 잔인하고 폭력적인 내용이기도 하지만 하땅세는 그로테스크하고 엄청난 상상력으로 그 잔인함과 괴기스러움을 실사버전으로 만들었고 연극이라서 매우 끔찍하게 그려졌다.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는 로마의 장군 이름인데 고트족(타키투스시대(55∼120경)에 바이크셀강 하류에 정주하던 동(東)게르만계의 부족.)과의 전쟁에 나가서 승전을 하고 로마에 복귀를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고트족의 여왕과 아들을 포로로 잡아왔다. 그냥 여기서 끝났으면 아무런 일도 없었을 것인데 본인의 아들 2명이 전쟁에서 죽었다고 고트족 여왕이 보는 앞에서 그 아들을 죽여버린다. 비극은 여기서 시작되는데 아들을 잃은 고트족의 여왕은 미인계를 써서 로마왕과 결혼을 하고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에게 피의 복수를 시작한다. 근데 그 내용이 타이터스의 딸의 강간하고 팔을 자르며, 아들을 추방하는 등의 일을 한다. 타이터스는 이에 반격하여 자신의 딸을 강간한 고트족 여왕의 아들 2명을 죽여 고기로 구운 다음 고트족에게 먹인다. 한 마디로 그냥 둘 다 쓰레기였어. 책을 읽으면서 등장하는 거의 모든 캐릭터가 쓰레기가 되기 쉽지 않은데 여기서는 거의 모든 캐릭터가 쓰레기였다. 도대체가 맘에 안 들면 직접 복수를 하면 되지 왜 그 자식을 죽이거나 강간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 작품을 올렸던 극단 하땅세가 이 극을 재연할지 모르겠으나 한다면 한 번 보러가길 바란다. 이 극은 책으로 읽는 것보다 극으로 보는 것이 몰입감이 더 좋은 내용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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