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의 시간을 찍는 여자 - 여성 종군기자 린지 아다리오의 사랑과 전쟁
린지 아다리오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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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현장에서 발로 뛰는 종군사진가의 글은 오랜만이다. 스페인에서 1년 동안 있었다는 핑계는 더 이상 써먹을 수 없을 정도로 한국에 돌아온지 이미 10개월 가까이 되었다. 현장에서 뛰는 종군사진가의 글, 아니 그냥 사진가의 글을 읽지 못한대에는 그 동안 다른 책을 무수히 많이 읽었던 것도 한몫했었다. 스페인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그 동안 읽지 못한 책을 읽느라 1년 가까이를 쓴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종군사진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잘 정리해서 출판을 하는 책 자체도 많이 출간되는 편은 아니니까.

린지 아다지오는 나름 최신 버전의 전쟁을 경험한 종군사진가이다. 그것도 여성. 사실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사진을 찍는다는 것 자체에서 성별과 상관없이 매우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여성의 입장에서는 더욱 힘들다. 그것도 린지 아다지오처럼 이슬람 문화권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경우에는 남성보다 몇 배는 더 힘들다. 나라에 따라 남성의 동행 그것도 남편이나 남성 친족의 동행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으며, 보통 포르노에 의하여 외국 여성을 보기 때문에 그 나라의 여성이 아니라면 성적으로 문란하다거나 몸을 마음대로 만져도 된다는 인식을 가진 남성도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린지 아다지오가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을 뻔한 경험을 했다거나 납치를 당한 상황이 아니었다. 종군 사진기자로서 일을 하다가 연애에 실패하거나 좌절한 내용은 더더욱 아니었다. 린지 아다지오는 여성으로서 전쟁터에서 그리고 이슬람 문화권에 있는 여성과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하여 사진을 찍었고 사진을 찍기 전에 믿음과 확신과 존중으로 당사자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또, 린지와 함께 일을 하던 기자 중 여성도 있었는데 여성기자와의 연대도 매우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린지와 함께 일을 하던 여성 기자는 전쟁 취재 중 임신 상태였음에도 일을 하였다.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의 삶도 그 사람에게 매우 중요했지만 그만큼 그 사람의 직업도 매우 중요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린지 또한 결혼을 하고 임신과 출산을 겪기 전에는 그 일이 그녀의 커리어에 방해가 될거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실제로 현재 린지는 아들을 키우면서 그녀의 커리어를 유지해나가고 있다.

사실 임신. 출산과 관련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현재 일을 하고 있는 남성 중 대다수는 결혼 후 임신과 출산이 자신의 커리어에 방해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임신과 출산을 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비혼을 선택하거나 아이를 키우지 않겠다고 선언하거나 사유리처럼 자발적 임신, 출산을 선택하는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여성이 임신과 출산때문에 자신의 커리어를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을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 상황에 대해서는 케바케, 사람바이사람이겠지만 전문적인 커리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여야만 안정적으로 일을 해야하는 경우라면 이는 매우 중요해진다. 린지는 그런 것 때문에 임신과 출산을 두려워했다. 그런 린지가 아이를 낳고 키우기로 결정한 이유는 아무래도 자신과 함께 전쟁터에서 취재를 했던 그 여성기자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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