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어떻게 시작되고 흘러갔는지 정확하게 묘사하기 힘들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나의 감정은 무척 재미있는 영화를 봤다는 기억과 그 때문에 즐거웠다는 것이다.
영화 초반 이자영, 정유나, 심보람을 차례로 비추는 카메라에서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것과 함께 세 명의 캐릭터가 드러났다. 좋은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는 이자영. 날카롭게 느껴지는 정유나. 어리버리해보이는 심보람. 이 세 명의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오지면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1990년대 대기업에서 일을 하던 고졸 학력의 여성이었다. 각 부서에서 1명 정도씩 배정되어 커피타기부터 각종 잡무를 떠앉았지만 진급에서는 제외된 고졸여성. 사실 주인공 1~2명 위주로 진행되는 다른 영화와 다르게 이 영화가 좋았던 점은 주인공으로 내세운 3명의 사람 옆에 있던 다른 여성의 얼굴도 많이 보여주었다는 것이었다.
실화에 실화를 더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실화가 아니다. 오히려 실화를 각색해 만든 '허구의 이야기'지만 그 때 당시의 여성의 얼굴 그리고 그 여성이 어떻게 살았으면 좋았겠는지에 대한 우리의 희망을 담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회사 내에서 잡다한 일을 하는 여성에게 모든 일을 물어보면서 결국은 남성중심의 사회로 회귀하는 그런 영화가 아니라 여성이 중심이 되어서 일을 끝까지 해결하는 그런 영화말이다. 사건의 목격도 그 사건을 파헤치는 것도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모든 길을 뛰어다니는 것도 여성의 연대라서 즐거웠다. 물론 영화적으로 상상해서 만든 이야기라 가능한 것이었겠지만 일의 해결까지도 남성이나 권력자가 중심이 아닌 여성 중심의 영화였다.
트위터인지 페이스북에서 어떤 사람은 좋은 영화에 '페미니즘' 뿌려서 별로가 된 영화라는 평이 있었는데, 그 글을 쓴 사람은 남성이 아니었을까? 이 영화는 여성이 중심이 되어 일을 끝까지 마무리 한 것 뿐인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페미니즘을 부려 별로가 된 영화라고 느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냥 그 글을 싸지은 쉐이끼는 주인공이 남성이 아니라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게지. 모처럼 영화를 보고 나서 즐거운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