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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 세계를 경악시킨 체르노빌 재앙의 진실
앤드류 레더바로우 지음, 안혜림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넷플릭스에서 체르노빌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아니 그것을 다큐멘터리라고 불러야 할지 아니면 드라마라고 불러야 할지 영화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원래는 HBO에서 만든 5부작 미니시리즈 드라마라고는 하는데 아무튼 그 '영상작업물'이 공개되고 난 뒤 한동안 '체르노빌'은 핫이슈 중 하나였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해 원자력 발전소가 가지고 있는 위험에 대한 경각심은 꽤나 강했고 생각보다 오래갔다. 1986년 4월 26일에 일어났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는 꽤 먼 옛날 일이었고, 한국인에게는 어쩌면 남의 나라 일이었으며, 한국처럼 좁은 땅덩이에 수많은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나라에서 체르노빌처럼 대형 원자력 사고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한국은 러시아처럼 넓은 땅덩어리가 없는 나라니까. 하지만 옆 나라 일본에서 자연재해로 인한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나니 이것은 이제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 이웃 나랏일이 되어버렸고, 갑자기 한국에 있는 그 수많은 원자력 발전소가 다시 보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후쿠시마 이후로 한국에서 체르노빌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저자는 그 '드라마'를 만드는데 조언을 하였고, 출간된 책은 물론이고 다양한 자료조사를 통해서 체르노빌에 대한 자료를 모아 재정비하였다. 1990년대의 어느 순간부터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있었던 지역을 방문하는 다크 투어에 참가를 하여 해당 지역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일명 스토커라고 불리는 체르노빌 게임(S.T.A.L.K.E.R.: Shadow of Chernobyl, 우크라니아의 GSC 게임 월드가 개발한 1인칭 슈팅 게임으로, 2007년 3월에 발매되었고 한국에는 4월 5일 정식 유통되었다. 가까운 미래에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2차 폭발이 일어나, 발전소 주변지역에서 이상 현상들이 일어나는 대체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때문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관심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 앤드류 레더바로우는 체르노빌 방문 전부터 관련 자료를 찾고 있었기에 체르노빌에 가지 않았어도 그 지역에 대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읽었을 때와는 다른 감정을 느꼈다. 체르노빌의 목소리에서는 실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을 하던 사람, 화재 진압을 갔던 소방관의 아내, 그곳에 살던 사람의 목소리가 들어있었다. 어떤 사람은 절망과 비탄에 빠져있었기에 책을 읽으면서 매우 슬펐고 그 문제에 대하여 생각하고 싶지 않았었다. '체르노빌:세계를 경악시킨 체르노빌 재앙의 진실'에서는 더 이성적으로 사건을 볼 수 있었다. 원자력 발전소 설계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사고가 일어났을 때, 정확하게 말을 하면 안전도 검사를 할 때 무언가 문제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사건이 터지기 전 그 안에서는 나름 이 일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노력의 시늉을 했다.'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노력을 하고 있었다. 원자력 발전소가 터지는 사고가 일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언가를 하려고 했지만 실패했을 뿐이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렀고 상처도 많이 아물었다. 흉터가 남아있지만 그 흉터를 가리려고 하지 않고 나름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 이후 보상을 받아야하는 사람에게는 나름 정당한 보상을 하려고 하며, 다크 투어리즘을 통해 이런 일이 두 번 다시는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후쿠시마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누가하는걸까? 잘 모르겠다. 지금은 체르노빌의 과거가 우리에게 미래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