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들 : 총을 든 사제
엠마뉘엘 르파주 지음, 이성엽 옮김 / 씨네21북스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에 임마누엘 르파주의 '체르노빌의 봄'을 보았다. - 책이니까 읽었다는 표현이 더 가까울지도 모르지만 체르노빌의 봄은 원자력발전소가 터지고 나서 22년 뒤 찾아간 체르노빌을 그린 것이라 '본다.'라는 표현이 옳다고 생각한다.

'게릴라들 ; 총을 든 사제'는 1976년 니카라과 내전을 다루고 있다. 니카라과는 커피로 유명한 온두라스와 코스타리카 사이에 있는 나라이다.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스페인어를 사용하는데 1826년 독립을 선언하고 난 뒤 다른 남미 국가처럼 혼돈스러운 정치와 니카라과를 지배한다. 이 책은 그런 혼란스러운 중남미 상황의 한 파편을 보여준다.

주인공 가브리엘은 가톨릭 사제가 되길 희망하고 서품을 1년 앞두고 루벤 신부가 부임해있는 성당의 벽화를 그리기 위해 한마을로 가게 된다. 가브리엘과 루벤 모두 그림을 그린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두 명의 사람이 왜 그림을 시작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루벤은 가브리엘이 벽화작업을 통해서 기술적으로 뛰어난 그림이 아닌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그림을 그리기 원했으며 벽화 작업을 통해 사람에게 다가가는 '사람'이 되길 원했다.

벽화를 그리는 일 때문에 가브리엘은 마을 사람하고 친해지게 되고 그들의 삶에 다가가는 사람이 되지만 그 때문에 정부에 대항하는 혁명세력으로 오인받고 군대에 끌려가 고초를 겪고 게릴라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 게릴라의 시간은 혁명을 하여 세상을 바꾸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꿈꾸는 혁명가 그 자신에게도 힘든 일이지만 가브리엘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가브리엘의 아버지는 한국으로 따지면 삼성그룹의 회장 정도 되는 사람이고, 어렸을 때부터 무엇 하나 모자를 것 없이 자랐을 테니까.

가브리엘이 신부라는 삶을 포기하게 된 이유는 게릴라들과 함께 하면서 자신을 찾기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였다. 게릴라의 상황에 공감했다기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고 이런 나라에서 신부가 아닌 다른 삶을 선택하는 것이 모든 사람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2020년에 무장혁명을 이야기하는 그래픽 노블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뜨겁게 불타는 무언가가 필요한 법이고, '혁명'은 단순히 사회를 뒤집어 없는 활동이 아닌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책 표지에서 사제복을 꽁꽁 싸맨 채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가브리엘보다 비록 사제복은 아니지만 목에 십자가를 걸고 재킷을 열고 있는 가브리엘이 자신에게 더 솔직한 사람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