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Bombshell (밤쉘)(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Summit Inc/Lionsgate / 202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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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있을 때, 대략 올해 1~2월 정도에 밤쉘 포스터를 봤다. 스페인어로 보고 싶었지만 이래저래 시간도 안 되고 귀찮기도 해서 안 봤는데 반년이 지나서 한국에서 개봉을 했네?

사실 영화를 보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다가 친구와 이야기하던 중 이 영화가 성범죄 내부고발 내용이라고 알려주었다. 아... 그냥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고 포스터가 맘에 든다는 이유로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나는 내용을 모르고 골라도 꼭 이런 시놉을 가진 영화, 연극, 뮤지컬을 잘 고르는 편이구나.

영화를 보는 내내 화가 났던 부분은 여성이라도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무조건 기득권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 사람이 당한 차별에 대해 별거 아닌 듯이 이야기하는 대사였다. 메긴 캘리가 겪은 '상사로부터의 성추행'과는 별개로 그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나 각종 SNS에서 당한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문장'에 대해 그의 남성 동료나 남편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오히려 매긴 캘리가 그 부분을 문제 삼으면 '너는 기득권인데 무슨 상관이냐?'라는 말로 응수했다. 이 사람이 능력 있는 앵커이지만 '여성'으로서 '성적 수치심'을 당하는 것이 괜찮다고 말하면 안된다. 어떤 사람이 가진 기득권과 차별받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은 공존할 수 있는데, 대다수의 사람은 기득권으로서의 장점만을 인지하고 차별받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은 쉽게 무시해버린다.

어떤 일을 계기로 그동안 로저의 성추행을 침묵하던 폭스 내부의 여성들이 증인을 하기로 했는지 알 수는 없었다. 그랜천 칼슨과 매긴 캘리의 고발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매긴 캘리는 그랜천 칼슨의 최초 고발 이후에도 자신의 성추행 경험을 변호사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꺼렸다. 자신의 친구 또한 (다른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을 알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의 딸이 그런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그녀가 증언을 결심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마 매긴은 자신이 성추행을 당한 경험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이 '왜 성추행을 당했던 시기'에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는지 비난하거나 '다른 사람이 성추행 사실로 상사를 고소했을 때, 자신의 일을 이야기해서 보상금을 타먹을 목적으로 하는 꽃뱀 취급' 할 수 있다고 인지했기 때문이었을거다.

영화를 보면서 단순하게 가해자 혼자만이 피해자를 가스라이팅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직접적인 가스라이팅은 가해자의 발언이겠지만, 오히려 전 사회적으로 성추행 피해자에게 가스라이팅을 하다 보니 피해 여성 스스로도 자신을 가스라이팅 하게 되어버린다. 마고 로비가 했던 캐릭터가 마지막에 했던 말이 그랬던 것 같다.

소아성애 범죄자를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풀어주는 한국에서 이 영화가 과연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개봉했다는 사실에는 축배를 들고 싶다.

덧붙여 故박원순 前서울시장의 자살을 지지하지 않는다. 성추행 가해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과 별개로 자신이 떳떳하다면 재판장에 가서 무죄를 입증하면 될 일이고, 해당 일이 사실이라면 그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했다. 자살의 이유가 비서의 성추행 고발이라면 그 사람은 이 문제에 관하여 너무나 치사하고 비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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