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여성에 대한 혐오와 연쇄살인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했지만,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여 판매하는 포주와 성 판매 여성을 무조건적으로 혐오하는 사회의 단면도 생각하게 되어 리뷰를 쓰기 힘들었다.
겉에서 보면 휴직 중인 FBI 요원 '넬'이 아버지의 장례식 때문에 고향에 내려와 있다가 동네 경찰이 된 친구 '리'와 함께 아버지가 맡았던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것이다. 문제는 아버지가 담당했던 사건이 성범죄조직 카르텔(cartel, 기업연합으로 단순 해석할 수 있지만 기업형태로 유지되는 범죄조직을 지칭하는 용어로도 사용됨)과 관련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10대 후반의 히스패닉 여성이 성판매 여성을 고위직에게 연결해 주고 커미션을 받는 성범죄 카르텔은 경찰과 연결되어 있었고, 성판매 여성의 죽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조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마치 유영철이 성판매를 주로 하는 출장마사지 여성을 죽였을 때, 그를 잡으려고 수사한 것이 경찰이 아니라 출장 판매업소 사장이었던 것처럼.
넬이 엘레나(성판매 여성의 언니)에게 사건 조사를 위하여 몇 가지 질문을 했을 때, 엘레나는 넬에게 물어봤다. 왜 이렇게 동생의 일에 신경을 쓰냐고 물어봤다. 넬은 엘레나에게 "동생분은 사람이니까 당연히 사람답게 대우받아야 한다."라고 대답을 했다. 그 대사를 읽으니 미국에서 하위계층을 차지하고 있는 히스패닉 계열 밀입국 거주자는 '사람답게 대우받을' 권리가 당연하지 않은 것 같았다. 마치 얼마 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죽은 비무장 훅이 나처럼 말이다.
이 책을 읽을 때 단순한 범죄수사 드라마로만 읽지 말아 주기를 바란다. 하위계층 여성의 성판매를 종용하여 이득을 취하는 사람과 그에 붙어서 사는 그 수많은 빈대 같은 인간, 그리고 성판매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적인 시선으로 어떤 사람의 살인은 별거 아닌 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