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물학과 동물행동학을 전공한 사람이 쓴 소설이라서 아마 생태와 관련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생태주의자나 자연과 관련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라고 추측을 했는데, 이 소설은 나의 생각은 크게 빗겨나갔다. 물론 주인공 카야는 이 세상에 현존하는 그 누구보다도 동물 특히 조류와 어패류에 더 친화적이고 타고난 생태주의자지만 이 소설은 동물과 생태보다는 카야의 삶에 더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였다.

학교에 갈 나이가 되기도 전에 모든 사람에게 버림을 받은 카야에게 관심을 가져준 것은 테이트뿐이었고, 상처받은 카야에게 손을 내민 것은 체이스였다. 물론 점핑, 메이플, 싱글터리 부인은 카야가 스스로를 돌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지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과 또래 친구의 관심은 카야에게 다른 느낌이었을 것이다.

책은 두 가지 루트로 진행되었다. 카야가 막 걷고 말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의 약 20년 정도의 시간. 그리고 체이스의 죽음 이후 그 사건을 파헤치는 6~8개월 정도의 시간.

카야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인간 세상과 동떨어져 살았다. 카야 스스로 외톨이라고 느낄 만큼. 카야는 외롭고 싶지 않아서 새와 습지를 관찰했다. 어느 순간부터 테이트가 카야에게 다가와 글자를 알려주고 책을 나누었지만 그 때문에 카야는 더 외로웠다. 테이트가 떠난 이후 체이스가 다가왔을 때, 쉽사리 체이스와의 관계를 떨쳐버리지 못했던 이유는 다시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거다.

체이스가 죽고 나서 카야는 용의자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 체이스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은 많았을 것이다. 그중에서 카야가 용의자가 된 이유는 명확했지만, 그 모든 원인은 체이스에게 있었다. 체이스는 결혼 전에도 결혼을 하고 난 이후에도 늘 사람과의 관계에 필요한 신뢰를 깨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카야를 강간하려고 한 전력도 있었고, 강간에 실패하자 폭력을 휘두른 사람이었다.

진실이라는 단어에는 거짓이 없다는 사실이 내포되어 있다. 그렇다고 진실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카야는 체이스의 죽인 용의자가 되었지만 재판에서 무혐의로 풀려난다. 체이스를 죽인 사람은 살인으로 처벌받지 않았고, 그의 부모는 억울할 테다. 하지만 진실을 밝혀 누군가의 죄를 처벌하는 것보다 더 옳은 일이 있을 때가 있다. - 물론 살인이 옳다고 두둔하고 싶지는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