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behaviour : 나쁜 행실. Misbehave : 못된 짓을 하다. 비행을 저지르다.

내가 영어를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Misbehavior의 뜻이 '나쁜 행실'이 아닌 내가 모르는 문화적/사회적 정의가 있는지 암만 검색을 해봐도 그런 것은 없었다. 있어봤자 '부정행위' 정도인데 이 영화가 미스 월드와 관련된 내용이라도 맥락 상 부정행위라는 뜻으로 Misbehaviour를 쓰지는 않았겠지.

같은 주에 '초미의 관심사'도 개봉이라 두 개의 영화 중에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을 하다가 '미스비헤이비어' 먼저 선택했다.

주연 배우 3명 중 제시 버클리는 거의 처음 보는 배우나 다름없었고, 키이라 나이틀리는 배우의 유명세에 비해서 내가 봤던 영화가 극히 드물었다. 오히려 구구 바샤-로가 그동안 나에게 더 인상 깊었던 배우였다. 아마 구구 바샤-로를 처음으로 봤던 영화는 2014년 개봉(한국 기준) 한 블랙버드였다. 2014년에는 내가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이라 자료는 남아있지 않지만, 블랙버드의 OST 'Cynthia Erivo - Fly Before You Fall'를 좋아한다. 그 이후 미스 슬로언에서 구구 바샤-로를 봤을 때 같은 배우라는 것은 알아봤지만 느낌이 달라져서 흥미롭게 영화를 봤다.

미스비헤이비어는 1970년 미스 월드를 중심으로 벌어진 인종차별 투쟁과 여성 투쟁을 그린 영화다. 물론 여성 투쟁의 역사를 더 중점적으로 다룬 것은 맞지만 구구 바샤-로의 캐릭터 제니퍼 호스텐과 공아남(Miss Africa South)의 흑인 대표 펄(Pearl Jansen)의 참여와 수상 역시 인종차별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 역사를 전공하면서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시각을 이야기하는 샐리와 직접행동으로 성 평등을 외치는 조는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직접적으로 반대한다. 미스비해이비어는 이 둘의 이야기에 더 초점을 맞추어 '여성의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대회가 차별인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에 비하여 미스월드 참가자로 나오는 제니퍼(구구 바샤-로), 스웨덴 대표 산드라, 미스 남아공 흑인 대표 펄, 미국 대표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스쳐가듯 지나갈 뿐이었다.

나는 샐리와 조의 관점에 더 가까운 삶을 살았다. 성별과 상관없이 누군가를 '성적 대상화' 할 수 없으며, 특정한 미의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영화에 나오는 샐리와 조의 대사에 공감할 수 있었고, 페미니즘 집단이 직접 행동으로 미스 월드 행사를 막으려고 한 것을 지지한다.

다만 제니퍼의 관점이 완전히 그릇되었다고 말할 수 없으며, 몇몇 미스 월드 참가자의 생각을 틀렸다고 말할 수도 없다. 제니퍼가 흑인 최초로 미스 월드가 되고 난 직후에 화장실에서 샐리와 마주친다. 제니퍼는 샐리에게 '흑인이 미스 월드가 됨으로써 더 다양한 미의 기준이 생겼다.'라고 말을 한다. 여기서 제니퍼의 생각을 약간이나마 알 수 있는데, 제니퍼는 '백인'에 맞춰진 미의 기준에 최초로 파장을 일으킨 사람이었던 것이다. 제니퍼가 1970년에 미스 월드 우승을 하지 않았다면, 현재 우리는 흑인/아시아/장애인의 모습을 한 바비인형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남아공의 신발 공장에서 일을 하던 펄은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하여 미스 월드에 참여한 것이다. 펄이 제니퍼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나에게 펄은 정치적 희생자였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미스 월드에 참여를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파르트헤이트의 산증인이었지만 그녀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다. 산드라와 미국 대표의 경우 미스 월드가 자신의 미래를 바꾸어 줄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것 같다. 실제로 미스 월드에서 우승을 참여하면 꽤나 큰돈을 가질 수 있었다. 산드라는 모델로 활동하고 있지만 제니퍼와의 대화에서 대학에 진학해 공부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미국 대표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지만 미국의 오지에서 나고 자란듯하고 아마 돈을 많이 벌길 원했던 것 같다.

영화 마지막에서 샐리는 '평화를 저해한 행위', 조는 '위험한 물건'을 던지고 '평화를 저해한 행위'로 유죄판결을 받는다. 미스 월드 행사를 방해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어디가 평화를 저해한 행위인지 1도 공감이 안 되고 특히 조가 던진 물건은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았는데 예나 지금이나 사법부의 머릿속에는 똥만 가득 차있는 느낌이다.

영화 말미에 실제 주인공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데 분홍색으로 염색된 조 할머니의 머리카락이 그 할머니께 얼마나 찰떡인지 나도 모르게 영화관에서 큰 소리로 웃어버리고 말았다. 유쾌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직 투쟁 중이다. 여성차별뿐만 아니라 장애인, 성소수자, 동물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차별하고 상처 주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아있고 삶으로서 투쟁을 하고 있다. 아직 이겼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절대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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