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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냐도르의 전설 ㅣ 에냐도르 시리즈 1
미라 발렌틴 지음, 한윤진 옮김 / 글루온 / 2020년 4월
평점 :
에냐도르의 전설의 독일어 원제는 Die Legende von Enyador 이다. 언어만 다를 뿐 한국어 제목과 뜻이 정확하게 일치했다. 에냐도르의 전설. 집의 문 앞에 책이 도착했을 때는 늦은 오후였다. 퇴근을 하고나서 귀가를 하는 문 앞에서 책을 집어들었다. 다른 책을 읽는 중이었기에 그 다음 날 도서관에 책을 가지고 가서 읽기 시작했다.
에냐도르는 미라 발렌틴이 만든 판타지 대륙으로 인간, 데몬, 엘프, 드래곤 4개의 종족이 사는 나라이다. 책을 펼치니 전설이 시작되기도 전에 에냐도르의 지도가 먼저 등장하였다. 대륙 중원에 존재하는 엘프의 영역 알빈가르트를 중심으로 북쪽에는 데몬의 땅 데모니아, 서쪽에는 드래곤의 숲 드라고니아, 남쪽에는 인간이 사는 후마니아가 위치해있었다. 대륙과 약간 떨어져서 2개의 섬이 있었는데 츠빌링스 섬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섬의 원래 주인은 누구인지 1편을 다 읽고도 알 수는 없었다.
처음 인간만이 있었던 에냐도르 대륙에 드래곤, 엘프, 데몬이 등장하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탐욕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대륙을 4등분 하여 각자의 나라를 통치하고 있던 왕 4명은 각자의 아들 중 첫째를 대마법사에게 보내서 대륙을 정복할 수 있는 힘을 얻어오라고 명령한다. 어리석게도. 대마법사에게 간 4명의 왕자 중 3명은 힘을 얻는 대신에 대가를 바친다. 대마법사를 찾아간 마지막 왕자는 전쟁을 멈추고 싶었고, 마법사에게 선물을 하나 얻는다. 저주와 함께.
에냐도르의 전설은 신박하다. 서양 문화권에서 4개의 종족을 설정할 때 오크나 드워프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엘프가 드워프의 역할까지 대신하고 있다. - 광석을 제련하여 무기를 만든다는 점에서.
현대 판타지 소설은 그리스 로마신화나 북유럽신화를 토대로 J.R.R. 톨킨이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종족 설정이 되는데 엘프가 인간이나 오크 같은 종족에 비하여 광석을 다루는 능력이 뛰어나나 보통 최고 광석 전문가&대장장이는 드워프인 경우가 많았다. 드워프 대신 데몬이라는 종족이 등장하면서 드워프의 능력을 엘프에게 합치는 것은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에냐도르의 전설은 총 4권으로 이어지는 시리즈(에냐도르의 전설, 에냐도르의 파수꾼, 에냐도르의 화염, 에냐도르의 유산) 중 제일 첫 번째로 이야기의 서막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사건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길을 떠나는 여정이었지만 딱히 지루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각 종족의 파수꾼을 찾아야 하는데 입후보자가 많다 보니 캐릭터를 구분하기 위하여 책을 집중하면서 읽었다. 엘프는 인간을 노예로 만들었고, 데몬은 드래곤을 잡아서 타고 다녔다. 엘프와 데몬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기에 4개의 종족은 물고 물리는 싸움을 하고 있었고 이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 싸움에 균열을 낸 것은 그 사람이 파수꾼이어서는 아니었다. 아니, 잘 모르겠다. 파수꾼이어서 균열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인지 그 균열을 만들었기에 파수꾼으로 선택을 받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이 문제는 중요하지 않은 부분일 거다.
여러 가지로 얽히고설킨 관계를 읽어나가며 도대체 누구의 불행이 더 슬픈지 계산해보는 것이 이상해 보였다. 아름답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데몬 툴인지, 아니면 원치 않게 엘프의 노예가 되었고 전쟁에서 방패막이가 되어야 하는 인간인지,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마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엘프인지. 아직까지는 자유롭다고 느껴지는 드래곤은 그저 매우 부러울 뿐이었다.
내가 중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에도 안 하던 '정리'인데 에냐도르의 전설에 나오는 캐릭터는 한 번 인물관계도를 그려보았다. 책에 나오는 인물은 이것보다는 더 많은데 하다 보니 트리스탄을 너무 왼쪽에 써서 모든 캐릭터의 관계도를 다 정리할 수는 없었다. 중요한 사람은 다 나온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파란색은 엘프, 검정색은 인간, 두꺼운 하늘색은 데몬, 빨간색은 드래곤으로 이름을 써봤다. 색깔이 많은 펜을 사서 2편 부터는 더 체계적으로 정리를 해야겠다.
이제 막 1편을 다 읽었고 2편인 에냐도르의 파수꾼을 조만간 출간될 것 같다. 4편까지 빨리 출간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