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리커버 특별판)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2011년 가을, 한국어로 번역된 천사의 부름을 기욤 뮈소의 책 중에서 제일 처음 읽었었다. 그 전부터 알고 지내고 있던 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기욤 뮈소라고 이야기를 해주었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혈족이 집에 천사의 부름을 가지고 왔고 처음으로 기욤 뮈소의 소설을 읽게 되었다. 처음 접한 기욤 뮈소의 소설은 활자보다는 영상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생각은 이후에 지속적으로 출간되는 기욤 뮈소의 책을 읽으며 더 확실해져갔다. 대중적으로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이었고, 어떤 면에서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을 때마다 반복적으로 구성되는 스토리는 예측이 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기욤 뮈소를 좋아하지 않았다. 기욤 뮈소의 책이 변화하고 있다고 직접적으로 느꼈던 것은 2016년에 출간된 브루클린의 소녀부터였다. 그 책부터 기욤 뮈소의 소설이 뭔가 변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 전에도 스릴러 장르가 섞인 소설이었지만 브루클린의 소녀부터는 스릴러 색체가 더 강해지는 듯한 인상이었다. 활자보다는 영상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이 가시지는 않았지만 기욤 뮈소의 글은 변화하고 있었고 진화를 꿈꾸는 듯했다.

최근에 출간된 책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은 프랑스어나 한국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제일 먼저 보았었다. 작년 가을쯔음 이 책이 출간되었을 당시 나는 스페인에 있었고, 스페인에서도 기욤 뮈소는 나름 유명한 작가였는지 이 책이 스페인어로 번역이 되어 서점에 자리잡고 있었다. 스페인어로 번역된 책을 사올까 싶었지만 책의 내용이 내가 스페인어로 이해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구매를 포기했다. 어차피 다른 책도 많이 샀었고 캐리어에는 이 책을 넣을 공간이 없었으니까.

한국에 와서 한국어로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을 읽어보았을 때, 기욤 뮈소는 자신의 글에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고 나름의 방식으로 진화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부터 그의 소설에는 글을 쓰는 사람, 곧 작가가 주인공으로 많이 등장했다. 누구든지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이 있거나 잘 아는 것을 글로 쓰는 것처럼 기욤 뮈소의 소설에 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는 그가 작가라는 삶의 방식을 소설로 묘사하기 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소설에는 작가가 등장하지 않고 형사, 플로리스트, 의사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는데 그런 소설은 소설이라기보다 영상에 더 가까웠지만 작가가 등장하는 소설은 보다 더 소설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이 책은 소설가 지망생의 관점을 시작으로 실제 소설가와 그를 둘러싼 여러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소설가 지망생 라파엘은 그저 그의 소설을 그가 선망하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었겠지만, 소설가와 그를 둘러싼 사건은 어두웠고 어리섞은 일이었다. 소설가는 사람을 사랑했을 뿐인데, 어떤 자는 비열한 방식으로 돈을 벌었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실의에 빠져 잘못된 판단을 하였다. 소설을 깊게 빠져들면서 읽지는 않았으나 그의 변화된 글이 전보다 괜찮다고 느껴졌다. 기욤 뮈소의 진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의 변화가 내심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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