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의 해바라기
유즈키 유코 지음, 서혜영 옮김 / 황금시간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상의 해바라기 표지를 처음 봤을 때, 사실 끌리지 않는 소설책이었다.
일본에서 2018 서점대상 2위 수상작이라거나 [주간분슌] ‘미스터리 베스트10’ 2017 2위라는 광고 문구 때문에 책을 사서 읽지 않는다.
사실 어디서 무슨 상을 받았던지간에, 누가 어떤 칭찬을 했던지 간에 다른 모든 책이나 영화, 예술이 그렇듯 소설이란 취향 아닌가?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 전집이나 아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몇 권 읽었다고 하여도, 추리소설은 나에게 낯선 장르일 뿐이었다.

약속이 있어 누군가를 만나고 집에 늦게 들어가 반상의 해바라기를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앉은 자리에서 거의 밤을 새다시피 하여 책을 끝까지 읽었을 때, 인간이란 가끔 낯선 무언가에 깊이 빠져버리는 날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 덕에 그 다음날은 하루 종일 비몽사몽하여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반상의 해바라기는 1994년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과정과 1970년대 부터 사건 수사가 끝나는 날까지 게이스케의 삶을 쫒아가는 과정이 교차편집 방식으로 나온다.
책을 읽으면서 모든 부분이 괜찮은 것은 아니었다. 불편한 부분도 많았다.
게이스케의 어머니가 케이스케를 임신하였을 때의 상황에 대한 묘사나, 게이스케가 아버지 요이치에게 신체적/감정적으로 학대를 당하는 모습은 매우 불편했다.
상황이 어찌되었던간에 요이치가 일평생동안 게이스케에게 했던 행동은 학대였다.
책에서의 해바라기는 [광인, 미친 것, 정신병]의 상징으로 쓰여졌으나, 게이스케는 정신병을 가진 사람도 광인도 미친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누군가의 사랑이 필요했던 것 같다.

어렸을 적, 게이스케를 돌보아주었던 가라사와에게 게이스케가 입양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차피 모든 것을 포기했던 요이치라는 사람이 갑자기 비명횡사를 했다거나, 아니면 빚쟁이의 사주에 죽임을 당했다거나, 병원에 입원을 했더라면. 게이스케의 삶은 아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게이스케가 장기 기사를 키우는 장려회에 입회여부와 상관없이 그의 삶은 아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게이스케에게 사람과 접하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 반상의 해바라기, P161


가라사와와 함께 지냈더라면 게이스케는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꼭 장기로 성공하지 않더라도, 외롭지 않게 누군가와 함께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게이스케는 정말 외로워보였다. 가라사와와 헤어지고 난 뒤 그가 대화를 하는 사람은 매우 제한적이었고, 그를 이용하거나(도묘, 요이치), 아니면 일 때문에 대화 하는 것에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게이스케가 도묘에게 이용당하였대도, 도묘에게 마음을 연 것은 도묘 역시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수사극이고 추리소설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 책은 사람의 외로움에 대한 책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