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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유교수의 생활 1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를 좋아하지만, 내 손으로 만화를 고른 적은 없었다. 어린시절 큰 언니의 손에 이끌려 처음 만화방에 가서, 능숙하게 순정만화를 골라 읽는 언니 옆에서 뭘 읽을지 몰라 TV에서 방영했던 “말괄량이 삐삐” 의 칼라 판을 봤고, 그 다음에는 언니들이 빌려오는 황민아 만화, 이미라 만화를 옆에서 읽었고, 우리 주위에 이렇게 많은 일본 만화가 있다는 건 무지하게 나이를 많이 먹고 나서였다.
이런 내가 유 교수에게 흥미를 느끼게 된 건 순전히 “알라딘” 의 12월 2주 테마 “Party”에 소개 된 모습을 보고서 였다. “9시 전에 이곳에서 나가야 하는데…”하고 생각하는 유교수의 모습을 보고 나랑 비슷한 인간인 듯 싶어 꼭 한번 보고 싶었다. 사실, 정확히 9시에 잠들고, 길도 늘 정해진 길로 걷은 그런 사람의 이야기가 뭐 재미있겠나 싶었는데, 그 정확한 생활이, 정확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재미있다.
여기에 나오는 어떤 에피소드, 어떤 인간 유형보다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건 남편에게서, 남자친구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찾으려고 하는 딸들의 모습이다. 아버지는 이렇지 않았는데~ 하는 생각 때문에 자꾸만 불행한 우리의 딸들…. 그게 바로 나와 언니들의 모습이었다. 언니들이 시집가서 살며 했던 말도 바로 이거였다. 아빠는 형광등이 나가도 바로 갈아주고, 뭐든 고장이 나면 바로 고쳐 주시고, 엄격하지만, 뭐든 척척 알아서 해주지만 세상의 모든 남편들이 그런 역할을 하는 건 아니라는 것, 특히 형부들은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
만화에는 늘 젊은 사람들의 사랑얘기 밖엔 없을 거라는 나의 편견을 뒤집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만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