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立志)의 내용은 성인과 성왕이 되려는 것이다. 즉 XY축 그림에서 화살표 방향으로 가고자 함이 바로 입지이다. 『격몽요결』에 따르면,

처음 배우는 사람은 먼저 모름지기 뜻을 성인으로서 스스로 기약해야지 털끝만큼이라도 스스로 적게 여겨 물러나려는 마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

XY축 그림은 원효· 붓다의 경우와 율곡의 경우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같은 점은 두 경우가 다 사람의 모습을 설명한 점이다. 다른 점은 사람이 처해 있는 장소의 차이에서 오는 차이이다. 율곡은 다만 관료 조직이니 향약이니의 조직속에 놓여 있을 뿐이다. 얽매인 사람이 아닌 조직 속의 사람이면서 그가 얽매여 있는 조직을 사람을 매어 두는 속박하는 조직이 안 되게 만들고자 애썼던 율곡의 XY축 그림 속의 모습을 더듬어 본다.
우선 그가 사람은 마땅히 XY축 그림에서 화살표 방향으로 옮겨 가야 함을 강조한 글들을 이미 인용했던 『격몽요결』의 글에 더 보탠다.

사람의 용모는 못생긴 것을 변화시켜 아름답게 만들 수 없고, 사람의 체력은 약한 것을 변화시켜 강하게 만들 수 없으며, 신체는 짧은 것을 길게 만들 수 없으니 이는 이미 정해진 분수를 고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직 심지(心志),
즉 마음과 뜻에 있어서는 어리석은 것을 변화시켜 현명하게 할 수 있으니 이는 마음의 허령함은 기질(氣質)의 품부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이다.

6언(言)
인만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않는다(好仁不好學).
지(知)를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好知不好學).
믿음만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않는다(好信不好學).
정직만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않는다(好直不好學).
용맹을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않는다(好勇不好學),
강(剛)을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않는다(好剛不好學).

6폐(蔽)
어리석게 된다(愚).
방탕해진다(蕩).
해친다(賊).
급하게 된다(絞).
난(亂)하게 된다(亂).
광(狂)하게 된다(狂). - P240

3. 몸으로써 하는 것이 학(學)이다.

애공: 제자 중에서 누가 학문을 좋아합니까.
공자: 안회가 학문을 좋아했습니다. 노함을 남에게 옮기지 않으며, 같은 잘못을 두 번 다시 저지르지 않는데, 그는 불행히도 명이 짧아 일찍 죽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자가 없으니, 아직 학문을 좋아하는 자를 제가 못 들었습니다.(哀公問弟子孰爲好學 孔子對曰 有顏回者好學 不遷怒 不貳過 不幸短命死矣 今也則亡 未聞 好學者也, 「雍也」2)

나의 『논어 맹자와 행정학』 제4장 <현상학적 접근>에 나오는 노동부 공무원 공야장(公冶長)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나는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민주화 운동을 한 학생들을 고급 공무원으로 특채하든지, 공무원 채용 시험에 가산점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 사람들에게 현대에 적합한 실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까지는 안 가더라도 대학에서 학교 공부만을 해서 과외의 활동이 이력에서 공란으로 돼 있는 졸업생을 기업체에서 채용하는 것은 모집의 타당도를 낮추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 운동 시합 때 응원단장을 하던 학생을 회사의 판매부 직원으로 채용함이 좋을 것이다. - P242

7. 미(美)를 추구함이 학이다. 「술이(述而)」 5와 같이 학문에 대한 정열을 보인글이 「술이」 13이다. <공자께서 제(齊)나라에 계실 때에 소악(樂)을 들으시고 3개월 동안 - 이 음악을 배우는 3개월 동안 - 고기 맛을 잊고 말씀하기를 《음악을 하는 것이 이러한 경지에 이를 줄은 생각지 못하였다》라고 하셨다.(子在海聞韶三月不知不圖爲樂之至於斯也, 「述而」13)> 이 글은 앞의 글과는 좀 다르다. 무엇에 몰두하는 것은 같지만 그것에 미치는 것이 음악인 점이 다르다. 나는 어려서부터 아동들에게 교육할 것이 바로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것을 연주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음악 다음에 문과니 이과니 역시 공통 과목으로는 영어를 교육하고 문과의 경우는 한문을 이과의 경우는 수학을 학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나는 음악을 제일 먼저의 공부로 생각하나? 음악이란 「술이」 13의 주석에 나와 있듯이 진미(眞美)하고 진선(眞善)하여 여기에 더 가할 낙이 없어 사람이 외로움을 견디며 나아가기에 음악보다 더 나은 것이 없고 또한 사람이 뭔가를 성취하려면 고독 속에서 자기와의 싸움을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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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 하버드대학 교수가 된 그는 이 학교에서 겪은 실상에 심기가 불편해졌다. 학생들과 흙을 헤집으며 돌아다닐 수도 없었고, 그들을 썩어가는 동물 사체와 함께 벽장에 가둘 수도 없었다. 그저 논문과 시험, 과학책에 인쇄된 믿음들을 끊임없이 반복 암송하는 일뿐이었다. 이런 접근법을 우려스럽게 본 아가시는 "과학은 일반적으로 믿음을 싫어한다"고 경고했다. 예컨대 1850년이나 되어서도 다수의 존경받는 과학자들이 벼룩과 구더기 같은 것이 먼지 입자로부터 발생할 수 있다는 ‘자연발생설‘을 여전히 믿고 있었고, 그보다 몇십 년 전까지도 어떤 물질이 불에 탈 수 있는지 없는지를 플로지스톤phlogiston이라는 마술적 물질이 결정한다고 믿고 있었다.

나는 데이비드가 마시던 모닝커피가 코로 넘어가는 모습을 그려본다. 하지만 그게 커피였을 가능성은 없다. 그는 자신의 지각 능력에 해가 될까봐 평생 술과 담배는 물론이고 카페인까지 절대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런 장소가 존재한다는 너무나도 믿을 수 없는 사실 앞에서, 그의 코로 넘어간 건 어쩌면 물이나 허브차, 아니면 다른 무언가였을 것이다. 그는 최대한 빨리 캠프에 지원했다. 몇 주 뒤, 아가시가 직접 서명한 합격통지서와 함께 일리노이주를 빠져나갈 티켓이 우편으로 도착했다.

일부 학생들은 경악했다. 영국 로체스터에서 온 젊은 조류관찰자 프랭크 H. 래틴은 그 섬의 고적한 위치와 태양을 막아줄 보호막조차 없다는 사실에 그 섬을 지옥 같은 곳이라고 묘사했다. "그 자체만으로 볼 때 그 섬은 가장 변변찮은 장소였고, 처음에는 내가 여기 머무는 시간을 즐길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도저히 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눈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감각기관이어서 사람에 따라 똑같은 것도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바로 그 똑같은 뜨거운 땅이 데이비드에게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조개, 해면동물, 해초들로 반짝거리며 환영의 손짓을 보냈다. 학생들이 안면을 트고, 서로 추파를 던지고, 길게 늘어선 침대 중자기 자리를 고르는 동안, 데이비드는 슬그머니 해변으로 내려가 평생 처음으로 소금기 밴 바닷물에 손가락을 담갔다. 까맣고부드러운 돌 하나를 집어 들었다가 이어서 녹색을 띤 돌을 집어 들었다가 하는 사이, 그의 머릿속에는 앞으로 평생 그를 따라다닐 다급한 마음이 흘러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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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의 인생은 그렇게 계속될 수도 있었다. 꽃들을 수집하려는 필사적인 충동에 이끌리는 채로, 세상은 그의 소명에 가치가 있다는 걸 납득하지 못하는 채로.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그는 천천히 잎사귀들만 가득한 외로움 속으로 점점 더 깊이 파고들어 갔을지도 모른다.
그가 페니키스 섬에 발을 들이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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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들은 이처럼 괴로운 시기에 수집이 줄 수 있는 달콤한 위안에 관해 연구해왔다. 수십 년간 강박적인 수집가들과 상담해온 심리학자 워너 뮌스터버거Werner Muensterberger는 《수집: 다루기 어려운 열정Collecting: An Unruly Passion》에서 수집 습관이 모종의 "박탈 혹은 상실 혹은 취약성이 발생한 후 급격히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으며, 새롭게 하나를 수집할 때마다 수집가에게는 폭발적인 도취감을 주는 "무한한 힘의 환상"이 흘러넘친다고 말했다. 그라나다 대학에서 수년간 수집가들을 연구한 프란시스카 로페스-토레시야스Francisca López-Torrecillas는 스트레스나 불안을 겪는 사람들이 수집에 의지해 고통을 달랜다며 비슷한 현상을 지적했다.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의무력함을 느낄 때는 강박적인 수집이 기분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뮌스터버거가 지적하듯, 유일한 위험은 여느 강박과 마찬가지로 수집 습관이 "신나는 일에서 "파멸적인"일로 바뀌는 어떤 지점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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九四구사¹⁶는 或躍在淵혹약재연¹⁷하면 无咎무구¹⁸리라.

구사는 혹 위로 뛰어오르거나 혹은 연못에 있으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16 구사(九四)는 하괘에서 상괘로 오르는 자리로 가장 어려운 때에 해당하는데, 위로 올라갈 수도 있고 제자리에 있을 수도 있다. 구사와 구삼은 같은 상황을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 두 위(位)는 자리 자체가 불안하고 위태한 자리로 늘 갈등하고 결단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계사전」에서는 "삼효(三爻)에는 흉이 많고(三多凶)", "사효(四爻)에는 두려움이 많다(四多懼)"고 말한다. 구삼(九三) 효사에서는 군자가 주어로 나타나지만 구사에서 주어는 용(龍)으로 생략되어 있다.

17 구사(九四)의 자리 자체가 불안하기 때문에 "혹(或)"자가 먼저 나오며, 안주할 수도 있고 뛰어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한다. "혹(或)"의 의미는 분명히 두 가지 일에 관해서 말하는 것으로, 여기에서 말하는 두 가지의 가능성은 혹은 뛰어 오르거나 혹은 여전히 못에 머무는 두 가지 경우를 말한다. 뛰어 오른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을 의미하고, 여전히 못에 머문다는 것은 현실에 안주함을 말한다. 이 구절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은 "때에 따라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으로 해석한다. 하나의 특수한 관점을 소개하면, James Legge(1815-1897, 서양에 완벽한 형태의 『주역』을 영어로 번역한 스코틀랜드 출신의 중국학자)는 "도약을 시도하였으나 아쉽게도 여전히 못에 머물러 있지만 허물이 될 일은 아니다"라고 번역하였는데 상당히 일리 있는 해석으로 보인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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