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 무문관, 나와 마주 서는 48개의 질문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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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누군가에게 말에서 비롯된 오해를 받기도 하고, 반대로 내가 상대방을 의심하기도 했다. 참고 있자니 열받고 따지자니 좀스러워 보이는 상황. 이도저도 못하는 고뇌의 시간을 겪으며 차라리 내 진심을 온전히 담을 수 없을 바에야 언어가 없었다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렇지만 생각을 거듭한 끝에 길게 얘기하든 짧게 얘기하든, 서로를 아끼고 믿는 마음이 없다면 즉시 오해가 생긴다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은 46개의 화두와 그에 대한 저자 나름의 대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래 화두는 불교에서 깨달음을 얻는 일종의 수단으로 쓰인다고 한다. 한편, 나는 이를 사람 사이의 대화라는 관점으로 바라보았다. 화두는 짧지만 그걸 던진 자는 그 안에 나름의 의미를 담는다. 그렇기에 그 화두에 답변하려면 제시자의 의도와 당시 맥락 따위의 여러 가지를 고민해야 한다. 고민 끝에 누군가 대답을 내놓는다. 이는 언어의 형태일 수도 있고 행동일 수도 있다. 어떤 형태가 되었든 그 답변에 화두 제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면, 서로의 마음은 통한 것이다.
짧은 말, 혹은 말이 아닌 행동만 보였어도 전혀 오해를 사지 않는 관계는 서로를 매우 잘 알고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몇 번 만나본 것만으로는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만남과 기억이 쌓이고 또 쌓여야 한다. 염화미소의 관계는 그제서야 비로소 성립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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