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밤이 바뀌면 잠이 잘 안 오지. 이모도 독일에 처음 왔을 때 그랬어. 모든 게 낯설어 밤마다 울던 때도 있었단다."
"이모가 독일에 왔을 땐 스물한 살이었다고 엄마가 그랬는데, 어른도 울어요?"
"그럼, 어른도 울지. 겉만 커다랗지 어른도 사실은 아이랑 다를 게 없거든." - P-1

"하지만 기억하렴. 그러다 힘들면 꼭 이모한테 말해야 한다. 혼자 짊어지려고 하면 안 돼. 아무리 네가 의젓하고 씩씩한 아이라도 세상에 혼자 감당해야 하는 슬픔 같은 건 없으니까. 알았지?" - P-1

물론 당시에도 나는 어른들이 내게 아무런 이야기도 해주지 않는 이유가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어른들의 사정을 다 알았지만 어른들은 내가 아무것도 몰라서 오히려 너무 많은 상상을 멈출 수 없고 그래서 괴롭다는 사실을 결코 알지 못했다. 잠을 자면 시도 때도 없이 언니가 커다란 불길 속에서 고통스럽게 타들어가는 모습을 본다는 것을, 자다 깨서 새까만 천장을 보고 있노라면 언니를 다시 만나게 해줄 수 없다면 차라리 언니가 최대한 고통을 느끼지 않고 단숨에 죽었기를 신에게 빌게 되지만 이내 신 따위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숨을 쉴 수 없을 때가 있다는 것을 어른들은 몰랐다. 언니, 나는 시디를 듣고 또 듣다가 오랜만에 언니, 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발음했다. 일주일만 지나면 해가 바뀌고 나는 언니와 동갑이 될 것이었다. 그리고 일 년 후부터는 내가 언니의 언니가 될 것이었다. 언니가 살아보지 못한 나이를 나 혼자 살게 된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지만 그 역시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물론 해나에게도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그 당시 나에게는 거짓말밖에는 할 것이 없었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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