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스스로에게도 용서가 안 될 정도로 너무 행복했으며, 브론스키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그의 성격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군복을 벗어던진 그의 모습은 전보다 더 매력적이었으며 그의 말과 생각, 행동은 언제나 고결했다. 그에게서 도무지 나쁜 점을 찾으려야 찾을 수 없어서 안나는 겁이 날 정도였다. 그녀에게 브론스키는 나라를 위해 뭔가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도 조금도 내색하지 않는 사람, 단 한 번도 자신에게 맞서지 않고 늘 자신을 배려하는 사람이 바로 브론스키였다.
하지만 브론스키는 그의 간절한 소망이 완벽히 실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행복하지 않았다. 그는 그 소망이 실현됨으로써 얻은 것이라고는 행복이라는 거대한 산 가운데 겨우 모래 한 알에 불과하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다. 그는 사람들이 흔히 믿고 있는 것, 즉 욕망의 실현이 곧 행복이라는 믿음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평민복을 입고 그녀와 가까이 지내면서 그는 이전에 맛보지 못하던 자유를 맛보았고, 사랑의 자유를 맛보았다. 그리고 그는 만족해했다. 하지만 그 만족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는 얼마 가지 않아 자신의 마음속에 욕망을 향한 욕망, 즉 권태가 고개를 들고 있음을 느꼈다. -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