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가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허구를 믿을 수 있다. 미천한 인간 세계에는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을 할 수 있는 역설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이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길을 가다가 어떤 압도적인 귀여움과 마주치면 가끔 인간이 쓰레기라는 사실을 잊기도 하는데,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오늘도 계속 살아갈 힘을 얻는다. - P-1

저항 세력이 권력자가 되어 개혁의 예리함을 잃어갈 때는 곧 정치적 냉소가 자라나기 쉬운 시기이기도 하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으나 약속했던 새 시대가 금방 도래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가 특정 정권의 행태로 환원되지 않을 정도로 뿌리 깊은 것임이 드러난다, 부패한 기득권을 질타하며 집권한 세력 역시 적지 않게 부패했음이 드러난다, 이리하여 정치적 유토피아는 다시 한번 유예된다. 그 유예된 공터에서 예술가들은 도래할 정치적 유토피아에 집착하는 대신 허무와 심연을 보곤 한다. - P-1

이 비극을 끝내는 것이 바로 재앙신으로부터 상처 입은 아시타카, 그리고 인간으로부터 버림받아 인간을 저주하게 된 모노노케 히메라는 점은 상처 입은 이들에게 용기를 줄지도 모른다. 그것은 상처받은 인간만이, 자신을 넘어 타인의 상처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치유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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