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도둑처럼 문 하나를 열고 내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떠나면서 그는 내게서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다. 오히려 은은한 장미향을 남겨놓고 갔다. 그는 도둑이 아니라 날 방문한 피앙세였다. - P-1

내 손님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섹스는 아무 때나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각자 내적인 시계가 있어서,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는 각자의 시곗바늘이 동시에 같은 시각을 가리켜야 한다. 그런 일이 매일 일어나지는 않는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성적 행위에 의존하지 않고도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서로 사랑하고 함께 있는 두 사람은 놀이와 ‘연극’을 통해 그들의 시곗바늘을 맞추어야 하고, 사랑을 나누는 것이 단순한 만남 이상이라는 것을, 생식기의 ‘포옹’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 P-1

모든 것이 중요하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존재는 매 순간 희열을 느낀다. 그에게는 섹스가 전혀 아쉽지 않다. 그가 성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은 뭔가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의 잔이 다 채워져 넘쳐흐르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삶의 부름에 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에만, 오로지 그 순간에만 통제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

저 바깥에는 수백만의 부부들이 매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도마조히즘을 실행하고 있었다. 그들은 매일 일터로 갔고, 돌아와서는 모든 것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았다. 남편은 아내를 괴롭히거나 아내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그들은 자신이 비참하다고 느꼈지만 그들 자신의 불행에 깊이 얽매여 있었고, 하나의 몸짓, 한 번의 ‘더는 못 참겠어’로도 충분히 억압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테렌스 역시 유명한 영국 가수인 아내와 그것을 경험했다. 질투에 사로잡혀 있던 그는 걸핏하면 아내에게 시비를 걸었고, 낮에는 진정제에, 밤에는 술에 취해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지만 그런 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도 그녀를 사랑했지만, 그 역시 자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그들이 서로에게 주는 고통이 그들 삶에 꼭 필요한 본질적인 것인 듯했다. - P-1

"그럴 리 없어요. 고통받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당신이 고통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걸 이해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큰 진전일 거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럴 거라고는 생각지 말아요. 고통받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소.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아픔을, 희생을 추구하고 있소. 그 덕분에 그들은 스스로 정당하다고, 깨끗하다고, 자식, 배우자, 이웃, 그리고 신으로부터 존중을 받을 만하다고 느끼는 거요. 아, 이 생각은 그만 접어둡시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쾌락의 추구가 아니라 중요한 모든 것에 대한 포기라는 사실만 알아둬요. 군인이 적을 죽이기 위해 전쟁터로 나간다고 생각하오? 아니, 그는 조국을 위해 죽으러 가는 거요. 아내가 남편에게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보여주고 싶어한다고 생각하오? 아니, 그녀는 그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얼마나 헌신적으로 고생하고 있는지 그가 알아주기를 바라오. 남편이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직장에 나간다고 생각하오? 아니, 그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피땀을 바치는 거요. 자식들은 부모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또 부모는 자식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꿈을 포기하오. 아픔과 고통이, 오로지 기쁨만을 가져다주어야 마땅한 사랑의 증거가 되는 거요." - P-1

그녀는 함께 일하는 창녀들을 생각한다. 그녀는 어머니와 친구들을 생각한다. 그들은 모두 남자들이 오로지 매일 11분만을 위해 산다고, 남자들은 그것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남자들 역시 여성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를 만나기를,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를 갈망한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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