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불신은 믿음의 특수한 경우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p라는 것을 불신한다면, 당신은 p의 부정이 옳다는 걸 믿는 것이기 때문이다. - P33
그렇다면 두 종류의 요행수 믿음을 구별해야 한다. 첫째, 어떤 믿음은 관련된 어떤 사실들에 비추어 볼 때 옳을 것 같지 않았는데도 옳았기 때문에 요행일 수 있다. 둘째, 어떤 믿음은 그 사람의 증거에 비추어 볼 때 옳을 것 같지 않았는데도 옳았기 때문에 요행일 수 있다. 전자를 (더 좋은 이름이 없다면) 요행수 진리라 하고, 후자를 요행수 추측이라 하자. 그렇다면 정당화는 옳은 믿음이 요행수 추측이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 요행수 진리가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 P36
따라서 어떤 믿음이 정당화된다는 것과 그 믿음을 가진 사람이 그 믿음이 정당화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 P38
동연적이지만 필연적으로 동연적인 것은 아닌 두 개념의 또 다른 예는 "x는 심장을 가진 동물이다"와 "x는 간을 가진 동물이다"다. 자연법칙의 진행과 관련시켜 생각해 보면, 한 개념의 실례인 것은 무엇이든 또한 다른 개념의 실례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논리적으로는 그 점과 관련하여 필연적인 것이 전혀 없다. 자연은 변할 수 있다. 이 말은 그런 변화를 생각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일지는 몰라도, 미래의 생물이 심장은 있지만 간은 없는 형태로 진화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 P67
이러한 사고가 동기로 작용하여 최근 몇 년 동안에 규범적 속성들이 비규범적 속성들에 수반한다(supervene)는 신조는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규범적 속성이 비규범적 속성에 수반된다고 말하는 것은 대략 어떤 대상이 어떤 규범적 속성을 갖는지 아닌지가 그 대상의 비규범적 속성들에 의존하거나 그것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똑같은 말을 달리 표현하면, 사물들은 자신의 규범적 속성을 비규범적 속성들에 의해서 갖게 된다. 또 다른 말로, 어떤 대상으로 하여금 그 대상이 갖는 규범적 속성을 갖게 만드는 것은 그 대상의 비규범적 속성이다. 이 생각을 윤리학에 적용하면, 수반 신조는 어떤 행위의 도덕적 격위가 그 행위의 비규범적 속성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알려 준다. 인식론에 적용하면, 수반 신조는 어떤 믿음의 인식적 격위가 그 믿음의 비인식적 격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알려 준다. 이런 주장을 내세울 수 있는 근거는 사물들이 자신이 가진 속성들을 어쩌다 우연히 갖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떤 속성들은 갖고 다른 속성들은 결여하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들이 있다는 믿음이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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