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에게는 큰 붕이나 작은 새나 어떤 차이도 없는 것이 되고 만다. "따라서 작음과 큼은 비록 다르나, 소요하는 것은 하나이다." 작은 새나 큰 붕이나 할 것 없이 노니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붕은 하늘의 못을 향해 날아가며 벌레나 작은 새는 작은 나무에 올라가면 될 뿐이다. 그 둘이 가고자 하는 데는 크거나 작거나 한 다름이 분명히 있으나 그 둘 모두 자신의 본성에 따라 노니는 것이어서 결국 소요에서는 하나라는 논지이다. - P226

혜강은 인간의 본성을 안락함을 좋아하고 어려움을 싫어하고, 편한 것을 좋아하고 힘든 것을 싫어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 P231

이는 도가철학에서 줄곧 강조하는 정신과 육체의 동일론적 사고이다. - P232

능력이나 실천력은 사람마다 다른데, 우리는 어떤 인물을 이상적이라 할 수 있는가? 재주가 좋은 사람은 끈기가 없고, 끈기가 있는 사람은 재주가 없는 경향처럼 각자의 능력과 그에 따른 한계가 있는데 그것은 극복될 수 없는가? 이른바 영웅은 똑똑함(聰明)과 힘(膽力)이 함께 있어야 하는데 똑똑한 ‘영’과 힘센 ‘웅’의 재질이 모두 갖추어져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 P241

철학은 이와 같이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이루어진다. 철학의 내용과 방법은 바뀌지만 우리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는 시공을 넘어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시대에 무슨 파인가? 그리고 자신이 속한 파는 현실을 어떻게 마주보고 있는가? 떠나야 하는가, 아니면 머물러야 하는가? 과연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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