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는 이런 통증을 받아들입니다. 뜨거운 열정이 남긴 유산이 우리 삶에 진정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걸 압니다. 애도는 잃어버린 사랑의 흔적을 미래로 가져가라고 우리를 독려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나는 재능있는 작가였던 한 남자를 사귄 적이 있습니다. 그는 나보다 훨씬 어렸습니다. 내가 책상머리에 앉아 글과 씨름할 때 그는 앉은 자리에서 20쪽씩 써내려가곤 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내 자신이 짜증스럽기도 했습니다. 생각을 글로 써낼 수 없다면 내가 한 경험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요? 그를 만나는 동안에는 내게 별 다른 변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헤어지고 난 후 나는 어떤 변화를 감지했습니다. 글을 쓰려고 앉았을 때 나는 실제로 글을 써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하루에 20쪽은 아니어도 5쪽은 너끈히 썼습니다. 이별은 10년도 더 된 일이건만 그 뒤로 나는 펜을 놓아본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그의 진중한 태도를 내가 어떻게든 이어받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나는 이런 선물을 준 그에게 감사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대단한 선물이었으니까요. 그는 떠나갔지만 가장 매력적이었던 그의 자질 하나는 내게 남았습니다. - P210
그러니 사랑하는 이들과의 매우 친밀한 유대는 오죽하겠습니까. 우리를 가장 아프게 하는 이들은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하죠. 사랑이 개방성을 의미하는 한 이를 피해갈 방법은 없습 214 니다. 인생의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는 마음을 열수록 우리는 더 취약해진다는 사실입니다. - P213
많은 연애지침서는 우리에게 그렇지 않다고 설득합니다.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우리가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보다 비생산적인 것도 없습니다. 내가 늘 우세한 입장에 설 수 있도록 애정 생활을 조종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농밀한 관계 속을 더 잘 헤엄쳐나가는 법을 배울 수는 있겠지만 결코 마스터가 되지는 못합니다. 또한 오만해질수록 우리는 넘어질 공산이 큽니다. 그러므로 사랑의 불투명함을 인내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사랑의 모호성과 불확실성, 혼란과 예측 불가능성을 다루는 능력만큼 여러분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하는 대상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다시 말해 여러분 내부에서 싸워야 한다는 뜻이죠. 사랑의 복잡미묘함을 견딜 만큼 내 마음이 강하다는 걸(그리고 내 삶이 충분이 충만하다는 걸) 아느니보다 더 든든한 보호막은 없습니다. - P226
시대가 변했습니다. 가족적 가치관의 상실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있지만 사람들이 이혼을 일삼는다고 해서 사회 질서가 무너지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의 붕괴보다 훨씬 더 긴박한 문화적이고 정치적인 이슈들이 있습니다. 테러리즘에서 환경 문제까지 우리 사회는 이전 세대들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문제들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사람들의 애정생활과는 별 관계가 없죠.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는 단순히 혼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 때문에 이혼을 피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우리를 더 진지한 관계로 이끌어주기 때문입니다. 내 남자가 내 곁에 있는 것은 사회적인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믿게 되니까요. - P231
사람들은 열정을 유지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욕망이 죽지 않도록 사력을 다해야 한다고요. 하지만 정말이지, 인공호흡기를 달아 억지로 열정을 유지하느니 열정이 제 갈 길을 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때로는 더 낫습니다. 우리는 이미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요? 왜 끝없이 애쓰는 관계가 되어야 하나요? 게다가 노력한 보람마저 적다면요? 사랑을 안정적으로 만들려는 우리의 시도가 사랑의 즐거운 즉흥성을 억압한다는 사실이야말로 사랑의 역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을 보호하려는 조치들이 우리가 보호하고자 하는 바로 그 대상을 잃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우리를 매혹시켰던 바로 그 정열을 파괴할 수 있다는 거죠.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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