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대부분은 노이로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겐 노이로제가 있습니다. 노이로제는 어떤 식으로든 반복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여러분을 우선순위 목록에서 27번째쯤으로 생각하는 남자와 사귄 게 벌써 세 번째입니다. 여러분은 이 남자들에게 나를 제일 먼저 생각해달라고 애원했겠죠. 여러분은 필 박사(리얼리티 쇼를 통한 상담으로 유명한 미국 심리학 박사-옮긴이)가 권한 화술을 이용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을 겁니다. 그럴 때마다 남자들은 ‘이제부터’ 당신을 위해 시간을 내겠다고 약속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늘 작심삼일로 끝이 나고 말죠. - P172

프로이트는 연애만큼 반복 강박이 심하게 나타나는 곳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아주 어려서 부모님(또는 보호자)과의 관계에서 배운 관계 맺기 패턴을 끊임없이 작동시키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떨쳐버릴 수 없을 만큼 너무나 근원적인 심리를 동원합니다. 이런 것은 너무도 굳건히 자리 잡은 애정 패턴이어서 우리는 이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성격의 가장 기본적인 층은 이런 패턴으로 형성됐습니다. 우리는 그 패턴이 효율적인지 어떤지 문제 삼지 않고 이를 기계적으로 재현하지만 그 패턴이 우리에게 이롭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 P174

불행히도 사랑하는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무의식적 신념입니다. 그 신념은 다른 가능성은 닫아놓은 채 특정한 관계에 대해서만 우리의 애정을 작동시킵니다. 어찌 보면 우리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상상하는 것만을 성취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무의식이 서로 사랑하는 관계를 그리지 못한다면 그런 관계를 맺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무의식 저변에 나쁜 대본이 깔려 있다면 나쁜 연애를 하기 쉽습니다. - P176

그렇다면 반복에도 의미가 있는 걸까요? 기차가 눈물 젖은 정거장에 서는 것은 왜일까요? 그 대답은 생각보다 훨씬 흥미롭습니다. 이런 괴로운 패턴을 반복하는 사람들은 상처 받는 것이 즐거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런 고통에 뒤틀린 쾌감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들은 알고 보면 상처 받는 자신의 패턴을 극복하려고 처절하게 애쓰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반복이 해결로 이어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이상한 생각도 아닙니다. 세계 정상의 수영 선수가 되고 싶다면 수영장에서 숱한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19세기 영문학의 전문가가 되고자 한다면 찰스 디킨스며 토마스 하디, 조지 엘리엇, 제인 오스틴을 수도 없이 읽어야 할 것입니다. 차세대 요요마가 되고 싶다면 첼로 연습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법의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면 과학 서적을 줄기차게 읽어야 합니 178 다. 마찬가지로 연애를 더 잘하려면 한 수 배울 때까지 고통스런 연애의 딜레마에 여러 번 빠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 P177

두 남녀가 서로의 굶주린 유령을 자극하면 관계는 금세 진흙탕이 되게 마련입니다. 그럴 때는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내 상처를 건드린 게 아니란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실수로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다가 상대방을 화나게 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상대방도 여러분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서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한 게 아닙니다. 오래가는 관계들 중에 이런 문제를 겪지 않은 경우는 없습니다. 오래도록 함께하는 커플은 문제를 헤쳐나갈 방법을 찾거나 비참한 상황을 감수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통제할 수 없는 상항을 제압하려 애씁니다. 우리가 누군가와 연애를 끝낸다면 그것은 반복 강박에서 벗 181 어날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고통의 패턴을 깰 수 없어 이별을 대신 선택한 것입니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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