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삶을 갈망하였다. 그런데 당신은 삶의 문제들을 혼동된 논리로 해결하고 있다. 당신의 외침은 얼마나 불쾌하고, 얼마나 뻔뻔스러운 것이며 동시에 당신은 얼마나 놀라고 있는가! 당신은 헛소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에 당신은 만족하고 있다. 당신은 무례한 말을 하면서 그것들을 끊임없이 두려워하고 있으며 용서를 빌고 있다. 당신은 당신이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도 당신에 관한 우리들의 의견을 걱정하고 있다. 당신은 당신이 이를 갈고 있다고, 동시에 우리를 웃기려고 농담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신은 당신의 농담들에 재치가 없음을 깨닫고 있지만 당신은 확실히 그것들의 문학적 가치를 대단히 기뻐하고 있다. 아마도 당신은, 사실 고통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당신의 고통을 조금도 존경하고 있지 않다. 당신 안에는 진실도 있다. 그러나 순수함은 없다. 가장 하찮은 허영에 차서 당신은 당신의 진실을 자랑하려 하고 있지만 수치스런 구경거리로 만들었다. 당신은 무엇인가를 말하기를 정말 원하고 있다. 그러나 두려움 때문에 당신은 당신의 마지막 말을 숨기고 있다. 왜냐하면, 당신에게는 그 말을 할 용기는 없고 소심함과 무례함만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당신의 의식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은 망설임이다. 왜냐하면 비록 당신의 정신이 작용하고 있더라도, 당신의 마음은 악행에 의해 더러워졌고, 순수한 마음 없이 완전하고 건전한 의식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얼마나 불쾌한 존재이며, 주제넘고 가식에 차 있는가! 거짓말들, 거짓말들, 거짓말들!」 - P484

모든 사람들의 추억 속에는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에게도 밝히고 싶지 않은 그런 일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밝히지 않고, 은밀하게 자신에게만 밝히고 싶은 일들도 있다. 그러나 급기야는 자기 자신에게도 비밀로 하는 몇 가지 일들이 있다. 그리고 모든 점잖은 사람들은 그와 같은 일을 상당수 축적하고 있다. 나는 이런 말까지 해보겠다. 사람이 점잖을수록 그 같은 것을 더 많이 갖고 있다. - P486

그때 나는 겨우 스물넷이었다. 그때에도 내 삶은 우울하고 혼란하고 거칠 정도로 고독한 것이었다. 나는 아무와도 사귀지 않았고 심지어 말하는 것도 피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더 방구석에 처박히게 되었다. 심지어 직장에서도 나를 아무도 쳐다보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나는 나의 동료들이 나를 괴상한 놈으로 간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ㅡ 이것 또한 내가 끊임없이 갖고 있던 인상이었다 ㅡ 혐오스러운 것을 대하듯이 쳐다본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때때로 의문을 가졌다. 왜 나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혐오스럽게 쳐다본다고 느끼지 않는 것일까? 우리 부서에 근무하는 이들 중에 한 친구는 불쾌하고 곰보자국이 덕지덕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 얼굴에는 심지어 범죄자 같은 무언가가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런 무례한 얼굴로는 나 같으면 감히 다른 이들을 쳐다보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다른 친구는 너무 낡은 제복을 입고 있어서 이미 그에게서는 심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신사들 중 어느 하나도 결코 당황하지 않았다. 둘 다 옷 때문에도, 얼굴 때문에도, 어떤 도덕적인 면에서도, 사람들이 자신을 혐오스럽게 쳐다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일 그렇게 생각했다 하더라도, 그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상관이 아니어서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끝없는 허영 때문에 나는 나 자신에게 가혹한 요구를 하면서, 자주 나 자신을 화가 나도록 불만스럽게 쳐다보았으며, 이런 이유 때문에 마음속으로 내 모습이 이렇게 보이는 것을 모든 사람들의 탓으로 돌렸다는 것이 지금 명백해졌다. 나는 내 얼굴을 싫어했다. 나는 내 얼굴이 소름끼치게 생겼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얼굴에 비굴한 표정 같은 것이 있다고까지 의심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직장에 도착할 때마다, 아무도 내게서 노예 같은 표정을 감지할 수 없도록 가능한 한 당당하게 행동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으며, 할 수 있는 한 고상한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못생긴 대신에.> 나는 생각했다. <고상하고 인상적이며, 무엇보다도 대단히 지적인 표정을 지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확실히 ㅡ 그리고 고통스럽게 ㅡ 이런 모든 완벽함들은 내 얼굴에 결코 나타날 수 없는 것들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 중에서 가장 끔찍스러웠던 것은 내 얼굴이 정말 바보처럼 생겼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얼굴이 지적으로 보였다면 좋았을 텐데……. 만일 내 얼굴이 대단히 지적이기만 하다면 나는 비굴한 표정까지도 감수했을 것이라고 말해도 좋다.

당연히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 모든 동료들을 싫어했다. 그리고 그들을 모두 경멸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그들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때떄로 나는 갑자기 그들을 나보다 더 높이 평가하는 일도 있었다. 웬일인지 이런 변화들은 그때마다 갑자기 찾아오곤 했다. 이렇듯 나는 그들을 경멸하기도 했고, 그들을 나보다 더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예의 바르고 진보적인 인간은 허영을 부리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끝없는 요구를 해야 하며 자신을 증오할 정도로까지 자신을 경멸해야 한다. 그러나 내가 그들을 경멸했건, 혹은 나보다 더 높이 평가했건, 나는 내가 만났던 모든 이들 앞에서 눈을 내리깔았다. 나는 심지어 내가 그렇고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실험까지 했다. 하지만 항상 먼저 내 눈을 내리깔았다. 이것은 나를 미칠 정도로 괴롭혔다. 또한 우습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내 두려움은 병적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나는 외모와 관련된 모든 관습적인 것을 비열할 정도로 흠모했다. 나는 평범한 틀에 열정적으로 합류했고 진심으로 내 안의 어떤 기이함까지도 두려워했다. (중략) 우리 시대의 모든 예의 바른 사람은 겁쟁이이고 노예여야 한다. 그것이 인간의 정상적인 상태이다. 나는 이 사실을 확고히 믿고 있다. 인간은 그렇게 만들어졌고 그렇게 자라 왔다. 어떤 우연에 의해서, 현재만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항상 예의 바른 인간은 겁쟁이이고 노예였다. 그것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예의 바른 인간들을 위해 마련된 자연의 법칙이다. - P492

그때에 또 다른 상황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즉, 아무도 나를 닮지 않았으며 나 또한 누구도 닮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오직 혼자이고, 그들은 모두 같아>라고 생각했고 심사숙고하기 시작했다.
이 사실로 보면 내가 아직 어린아이였다는 것이 명백하다. - P494

나는 나의 관청 일을 아주 경멸했다. 그러나 이 일에 내가 종사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돈을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동을 일으키진 않았다. 끝까지 나는 소동을 부리지 않았다. 우리 낭만주의자들은 소동을 부리기보다는 차라리 미쳐 버릴 것이다(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만일 그가 어떤 다른 경력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면, 그리고 쫓겨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최악의 경우에 그는 스페인 국왕의 모습으로 정신 병원에 끌려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완전히 정신이 나갔을 때에만 그렇다. 그러나 미치게 되는 이들은 오직 수척하고 금발인 사람들 뿐이다. 반면 셀 수 없이 많은 낭만주의자들은 궁극적으로 고위직 관리들이 된다. 다방면의 놀랄 만한 재주꾼들이다! 그들이 모순되는 감각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능력은 실로 대단하다! 그 사실은 그때 나를 편안하게 만들었고 나는 지금도 그에 관해 똑같이 느끼고 있다. 그것이 왜 우리가, 가장 비굴한 타락 후에도 자신의 이상을 결코 잃지 않는 <관대한 성격>들을 그토록 많이 가지고 있는가 하는 이유이다. 비록 그들이 그런 이상을 위해 손가락 하나 까닥 안 하는 악명 높은 산적들이고 도둑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눈물을 흘릴 정도로 자신들의 고유한 이상을 존경하며 보통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다. - P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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