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유령들은 그 이후에도 쉬지 않고 인터넷, 이메일, 스마트폰,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글래스를 발명했다. 신세대 유령들, 즉 디지털 유령들은ㅡ카프카라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ㅡ더욱 탐욕스럽고, 더 뻔뻔하며, 더 시끄럽다. 디지털 매체는 실제로 "인간의 힘을 벗어나" 있지 않은가? 디지털 매체는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광적인 속도로 유령을 증식시켜가지 않겠는가? 우리는 디지털 매체로 인해 실제로 멀리 있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을 만지는 법을 잊어버리지 않을까? - P189

정보피로증후군(IFS: Information Fatigue Syndrome)은 정보의 과다에서 오는 심리 질환이다. 환자들은 분석적 능력의 저하, 주의산만증, 전반적인 불안감,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는 무기력함을 호소한다. 1996년에 영국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루이스가 이 개념을 만들었는데, 당시까지만 해도 IFS는 직업상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양의 정보를 다루어야 하는 사람들의 질병이었다. 오늘날은 모두가 IFS의 희생자다. 그 이유는 우리 모두가 미친 듯이 늘어나는 정보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IFS의 주요 증상은 분석적 능력의 마비다. 분석적 능력이야말로 사유의 본질을 이루는 부분이다. 따라서 정보의 과다는 사유의 위축으로 귀결된다. 분석적 능력이란 곧 지각 자료에서 본질에 속하지 않는 모든 것을 걷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그것은 결국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을 구별하는 능력인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홍수로 인해 사물을 본질적인 부분으로 축소하는 능력에 손상을 입은 것이 틀림없다. 사유를 위해서는 구분과 선별의 부정성이 필수적이다. 사유는 언제나 배제하는 작용이다. - P196

정보피로증후군에서는 우울증에 특징적인 증상도 나타난다. 우울증은 무엇보다도 나르시시즘적인 질병이다. 우울증을 낳는 것은 병적일 정도로 극단적인 자기중심적 태도다. 나르시시즘적 우울증의 주체는 자기 목소리의 반향밖에는 듣지 못한다. 그러한 주체는 어떤 면에서는 자기 자신을 보여주는 것에서밖에는 아무런 의미도 발견하지 못한다. 그에게 세게는 자아가 드리운 그림자 속에서만 모습을 드러낸다. 결국 그는 자기 자신에 의해 소진되고, 녹초가 되어, 자기 속에서 익사하고 만다. 오늘날 사회는 점점 나르시시즘적으로 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는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강화한다. 소셜미디어는 나르시시즘적 매체다. - P198

롤랑 바르트는 사진을 "지시체의 발산"으로 정의한다. 재현은 사진의 본질이다. 한때 존재했던 진짜 대상에서 빛줄기가 나와 필름에 자취를 남긴 것이 사진이다. 사진은 실재했던 지시체의 준-물질적 흔적을 보존하며, 언제나 자신의 지시체에 "순응한다." 사진과 지시체는 동적인 세계의 한가운데서 사랑이나 죽음에 어울릴 법한 부동성의 숙명을 함께 짊어진다." 사진과 지시체는 "팔다리가 서로 묶여 있다. 시체에 묶여 고문받는 죄수처럼, 또는 영원한 교미 속에 하나가 된 양 늘 함께 헤엄치는 한 쌍의 물고기처럼." - P200

『와이어드』지의 수석 편집위원인 크리스 앤더슨은 「이론의 종말」이라는 대단히 주목할 만한 글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여기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이론적 모델을 완전히 불필요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마어마한 데이터의 시대에 성장한 구글 같은 기업들은 오늘날 잘못된 모델을 채택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어떤 모델을 채택할 필요 자체가 없다." 빅데이터의 분석은 행동 패턴을 알려주며, 이로써 미래의 예측까지 가능해진다. 가설적인 이론 모델은 직접적인 데이터 비교로 대체된다.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밀어낸다. 왜 그런가라는 질문은 그냥 그런 것이라는 확언 앞에서 의미를 잃어버린다. "언어학에서 사회학에 이르기까지 인간 행동에 관한 모든 이론은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분류법, 존재론을 잊어버려라. 심리학도 잊어버려라.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할 때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대체 누가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은 그냥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정밀함으로 그것을 탐지하고 측정할 수 있다. 데이터만 충분하다면 숫자가 스스로 말하기 마련이다." 이론은 하나의 구성물이며, 데이터의 결핍을 보완하는 보조 수단이다. 따라서 데이터가 충분하기만 하다면 이론은 쓸모없어진다. 빅데이터에서 대중의 행동 패턴을 읽어낼 수 있는 가능성으로부터 디지털 심리정치는 출발한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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