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신음소리를 낼 만큼 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건강한 체구에 몸을 비틀며 신음소리를 내는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우습기까지 했다. 대체로 이런 사람들은 뭔가 신중한 일을 할 때는 침착성과 평온함을 보이다가도 아무런 할 일이 없을 때는 우울해지고 집에서 변덕을 피우며, 먹지도 않고 트집만 잡아 욕설까지 해대는 사람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불만스럽고 못마땅하며 괴롭기까지 한 것이다. 흔히들 이런 사람을 보고 복에 겨워 방자하게 구는 것이며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자들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우리처럼 공동 생활을 하는 집단에서는 더욱 자주 보게 된다. 종종 우리 병실에서는 이와 같은 사람들을 동료 죄수들이 놀려 대기도 하고 맞대 놓고 욕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욕 먹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금방 신음소리를 뚝 그치고 조용해진다. 특히 우스찌얀쩨프는 이런 자들을 좋아하지 않았고 언제나 꾸지람과 욕설을 하기 일쑤였다. 이는 물론 병으로 인한 히스테리 같은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둔함의 소치로 일종의 즐거움이거나 욕구일 수도 있다. 그는 처음엔 정색한 표정으로 상대방을 직시하고 있다가 근엄함이 섞인 목소리로 훈계를 하기 시작한다. 그는 마치 병실 내의 질서와 공동체 의식 등을 감독하려고 파견된 사람처럼 행동하며, 모든 일에 참견을 했다. - P308

그는 귀가 얇아 남의 말에 곧장 솔깃했다. 이는 소박해서라기보다는 교제 수단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맞추려는 방편이었다. - P317

순간적으로 엄습해 왔던 상념을 성격에 따라 금방 잊어버리고 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필요 이상의 열성을 가지고 주어진 일에 몰두하기도 했다. 마치 내부에서 그를 억압하고 짓누르는 무엇인가를 노동의 괴로움에 몰두함으로써 극복하려는 것 같았다. 이 같은 사람들은 대부분 한창때의 나이로 넘치는 활력과 강한 체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계절에 족쇄가 얼마나 무거울까! - P330

죄수들은 아이처럼 기뻐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즐거운 것은 실제 <자신의 돈>으로 <자신의 말>을 사는 듯한 기분과 살 수 있는 완전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세 필의 말이 끌려오고 끌려서 나갔는데, 마침내 네 번째 말에 이르러 일은 종결되었다. - P351

어떠한 목적과 그 목적을 향한 지향 없이는, 한 사람도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목적과 희망을 잃은 사람은 슬픔으로 인해, 악인으로 변해 버린다……. 우리 모두에게 목적은 바로 자유이고 감옥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지금 나는 우리 감옥에 있는 죄수들을 분류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과연 이것이 가능한가? 심지어 가장 교묘하고 추상적인 사상의 결론과 비교해 본다 하더라도, 현실은 끝없이 다양하기 때문에, 분명하고 큼직큼직하게 구별하기는 어렵다. 현실은 세분화를 지향한다. 그것이 어떠하든지 모두에게처럼 우리에게도 자신의 고유한 인생이 있고, 그것은 획일적이고 공식적인 삶이 아니라 내면적이고 자신만의 고유한 삶인 것이다. -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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