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내 아들이여, 내 젊은 동지여. 내 말을 들어보십시오. 당신은 그들이 돌아섰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배반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십시오. 사랑이란 먼 것입니다. 사랑이란 아픈 것입니다. 어두운 것입니다. 그리고 젊은 동지여. 당신은 그들의 배반이 당신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합니다. 당신의 자존심을 다쳤다고 합니다. 그러나 생각해보십시오. 지금부터 이천 년 전에, 신(神)의 아들조차도 그들에게 버림받았던 것입니다. 기억하십시오. 신의 아들조차 버림받았던 것입니다. 신의 사랑을 마다한 사람들이, 인간의 사랑을 마다한다고 당신은 노여워합니까? 당신은 신보다도 더한 자존심을 가지고 있습니까? 신의 아들은 모욕을 당하고도 이천 년이나 그들을 가만두었습니다. 당신은 한번 버림받았다고 대뜸 징벌론을 들고 나옵니까? 벗이여 사랑은 멀고 오랜 것입니다. 사랑은 어둡고 죄악에 찬 것입니다. 당신의 입술에 미움의 말을 담아서는 안 됩니다. 미움은 가장 아름다운 마음도 썩히고 마는 독입니다. 선을 행하기 위해서도 증오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실패한 것은 어쩌면 우리가 너무 미워한 탓인지도 모르지요. 비록 자유를 위한 증오였더라도, 당신은 고운 아가씨들을 너무 얕잡아봅니다. 끊임없이 구애하십시다. 신의 아들조차 실패했는데, 우리라고 대번 수지를 맞춘대서야 너무 꿀맛이지요. 피 흘리는 짝사랑이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좋아서 하는 예술가지요. 그들을 사랑하는 것 말고는, 신에게로 이르는 딴 길이 없는 걸 어떡합니까? 그들이 싫대도 사랑해야 합니다. 젊은 동지여. 자 다시 한번 머리를 빗고 다시 한번 꽃다발을 챙깁시다. 이런 늙은이도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았는데…………"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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