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음의 이론을 수행할 수 있을까? - 샐리 앤 테스트

마음의 이론은 특히 다섯 살 이하 어린이들에게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어른이 되어서도 이 능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도 물론 있다. 마음의 이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는 ‘샐리 앤 테스트’라고 불리는 간단한 테스트로 확인해볼 수 있다. 간단한 상황을 그린 만화를 보여주고 그 상황에 대한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하는지 보면 된다.

샐리와 앤이라는 두 명의 아이가 각각 바구니를 가지고 있다. 샐리에게는 구슬이 하나 있다. 앤이 보는 앞에서 샐 리가 이 구슬을 자신의 바구니에 넣는다. 그리고 샐리가 잠시 자리를 비운다.샐 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앤은 샐리의 바구니에 있던 구슬을 꺼내 자기 바구니에 넣는다. 잠시 후 샐 리가 다시 돌아온다. 샐리는 구슬을 어느 바구니에서 꺼낼까?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은 당연히 자기 바구니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샐리는 앤이 구슬을 옮겨 놓은 것을 모르니까.

아주 쉽고 간단한 것 같지만 이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샐리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데 만약 다른 사람은 나와 별개로 자기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대답할까? 샐 리가 앤의 바구니에서 구슬을 꺼낼 거라고 답할 것이다. 샐리는 앤이 구슬을 옮긴 사실을 모르지만,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본 사람의 입장에서는 구슬이 앤의 바구니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대답을 한다면 앤의 바구니를 들여다보는 게 맞다.

실제로 다섯 살이 안 된 어린아이들이나 자폐 증세가 있는 사람 대부분이 이 같은 대답을 한다. 이들에게서는 마음의 이론을 수행할 수 있는 뇌 영역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5세 이하의 어린아이들, 또 자폐 증세가 있는 사람 다수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것,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은 나와 독립적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 P230

사랑=성적 욕망?

성적 욕망을 느끼는 대상을 사랑하지 않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성적 욕망을 전혀 느끼지 않는 경우가 있을까? 당연히 그럴 수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과 성적 욕망은 완전히 똑같은 감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낭만적인 사랑, 정신적인 사랑과 성적 욕망이 어떻게 다른지, 그 둘을 구분하려 시도한 연구는 그렇게 많지 않다. 현실 세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고, 또 반대로 성적 욕망을 느끼는 대상과 사랑에 빠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랑이라는 것은 가족 간에, 부모와 자식 사이에 느끼는 감정을 가리키기도 한다. 또 연인 사이라고 해서 성적 욕망을 매 순간 느끼지 않으며 그렇다고 해도 서로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일종의 ‘애착관계’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을 비롯한 동물들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의지할 수 있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상대를 찾게 된다. 그리고 그 대상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나에게 의지하게 하고, 내가 보호하고 안정감을 주는 대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대표적인 관계가 바로 부모와 자식이다. 이런 애착관계에서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연인 사이에서 순수하게 정신적이고 낭만적인 사랑이 특별히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사람들에게 자신의 연인과, 알고 지낸 기간이나 친밀함을 느끼는 정도가 비슷한 이성인 친구의 사진을 보여주고 뇌의 활성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두 경우에 대해 뇌에서 활성화되는 영역과 그 정도가 다르게 나타났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뇌 활성도를 측정하기 전에 설문조사에 응했다. 피험자의 응답에서 그들이 자신이 연인의 사진을 볼 때 느끼는 감정은 성적 욕망이라기보다 정신적인 사랑의 감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 실험에서 확인한 뇌의 반응은 성적 욕망보다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반응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사랑하는 사람을 볼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은 시각 영역과 크게 관계가 없었다. 활성화된 영역 중에는 사회적 관계에서 행복함을 느낄 때 활성화된다고 알려진 전대상피질이 있었다. 또 좌뇌의 섬이랑이 활성화되었는데, 섬이랑에서 보통 느낀다고 알려진 혐오감은 앞쪽 부분이 관여하며 여기서는 익숙하지 않은 얼굴에서 매력을 느낄 때 활성화된다고 알려진 뒤쪽 부분이 활성화되었다.

그리고 슬픔이나 우울함과 관계된 것으로 알려진 전전두피질의 오른쪽 중앙 부분과 두려움, 부정적인 감정과 관계된 것으로 알려진 편도체의 뒤쪽 영역은 반대로 그 활성도가 떨어졌다. 전전두피질 영역은 특히 두부자기자극장치(쓴. 머리 표면에 자기장을 발생시킬 수 있는 유도 장치를 대어 뇌에 간접적으로 자극을 가하는 장치)를 통해 인공적으로 억제해주면 우울증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기도 한 영역이다.(왜 전전두피질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김주환교수 주장이랑 다르지?)

이 연구에서 관측된,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 활성화되는 영역은 다른 감정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에 비해 매우 좁은 영역이었으며, 함께 활성화되는 영역 간의 연결이 매우 견고하게 보였다. 어쩌면 진짜 ‘사랑의 회로’가 뇌에 존재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성적 욕망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은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볼 때 활성화된 영역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아, 정신적 사랑과 구분됨을 보여주었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볼 때 활성화된 영역의 근처 영역이 일부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 P238

회고절정

사람의 기억은 5세부터 남는다고들 한다. 0세부터 5세까지 있었던 일은 어른이 된 뒤에 기억에 거의 남지 않는다. 그럼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시기는 언제일까?

나이가 든 뒤 과거를 회상해보면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일이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이 시기의 기억이 특별히 선명하게 자주 떠오르는 것을 ‘회고절정’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 생애 첫 경험을 하기 때문에 기억이 강렬하게 생성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자아형성에 중요한 시기여서 더 기억에 남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인간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이 믿고 있는 자아상에 부합하는 행동과 말을 하려고 더욱 노력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뇌가 인식하고 있는 나의 모습과 실제 관찰하는 나의 모습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 인간 사회에서는 스스로에 대한 자아상이 형성되는 시기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고, 이 시기에 했던 경험들이 내가 믿고 있는 자아상과 부합하는 경우가 많아 점점 강한 기억으로 남게 된다고 한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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