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리히가 말한 "신경증 환자"는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적 관계"를 맺을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그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그에게는 타자에 대한 관계를 자신의 관계로 가져올 수 있는 권력/힘이 결핍되어 있다. 이러한 가져옴, 자신으로의 전환이 권력의 핵심이다. - P110

니체는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해지라고 요구한다. 그에 따르면 삶은 "기본적으로 타자와 약자를 전유하고, 상처 입히고, 위압하고, 억누르고, 그들에게 자기 형태를 강요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며, 가장 부드럽게 말하더라도 착취"이다. 착취는 "타락하거나 불완전한 원시 사회"에 있지 않다. "유기체의 근본 기능"인 착취는 "생명의 본질"에 속한다. 그것은 "삶의 의지 그 자체인 권력 의지의 결과"이다. 모든 살아 있는 육체는 "성장하고, 주변을 장악하고, 자라나며, 몸무게를 늘리려 한다." 그것은 "어떤 도덕이나 비도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 육체가 살아 있기 때문에, 살아 있다는 것이 바로 권력 의지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 P170

정의로운 자는 늘 너무 빨리 오는 자신의 판단을 보류한다. 그런 판단은 그 자체로 이미 타자에 대한 배신일 것이기 때문이다. "보기 드문 금욕, 타자를 판단하지 않고 그에 대해 생각하기를 주저하는 것. 이는 결코 소소하지 않은 휴머니티의 표지다." 자신에 대한 확신과 타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유동적으로 열어두고, 듣고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판단, 곧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자제하는 자는 정의를 행하는 자이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은 늘 타자를 위하는 것보다 먼저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력 자체로부터는 개별적인 자제가 나올 수 없다. 권력에는 망설임이 없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서 권력은 타자를 판단하고, 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오히려 권력은 판단과 확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 P174

각주47) 이러한 경계 없는 친절함은 교환 원리에 근거한 소통적 친절함과도 대립된다. 소통적 "기술"로서의 친절함은 "자신의 견해나 기대의 표현을 적절한 순간이 올 때까지 미룰 수 있는" "능력"이다. 그 순간까지의 시간은 "결국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채워진다." 소통적 친절함은 "타자의 자기묘사를 보장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자신의 기대를 배치하는 원리"에 의해 이끌어진다. 체계 이론적으로 말하자면, 소통적 친절함은 "형식적 체계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데 기여한다. 타자가 좋은 모습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는 한, 다시 말해 그 타자의 자기묘사가 성공하도록 해주는 체계는 ‘친절하다.‘ ‘친절한 자‘는 "타자가 드러내고 싶어 하는 모습대로 그를 대해주는" 사람이다. 전략으로서의 친절함이란 "A가 파트너인 B가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B 또한 A에게 그런 사람으로 자신을 드러내려는 태도이다". 따라서 기술로서의 소통적 친절함이란 비대칭적 구조가 아니다. 친절한 자는 자기 자신의 기대나 견해,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을 소통적 교환의 장에 내놓을 적절한 순간을 엿보고 있는 것이다. 타자로 하여금 성공적인 자기묘사를 하도록 도와주는 수동적 혹은 능동적인 듣기는 자신의 묘사를 위한 우회로인 것이다. 따라서 소통적 친절함이란 결국 자기배려로 담지되는 교환 행위이다. - P177

"환대. 환대의 풍습이 갖는 의미는 타인의 마음 안에 깃들어 있는 적의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이 타인을 더 이상 적으로 느끼지 않을 때 환대는 줄어든다. 악의적인 전제가 강할수록 환대도 거창해진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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