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가가 자신의 자본 일부를 임시적으로나마 우리에게 월급 형식으로 주고 다시 상품 판매 대금으로 회수하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자본가는 다양한 유혹의 기술을 개발하는 데 혈안이 된다. 이미 월급으로 우리에게 준 돈을 강제로 뺏을 수 없다면, 남은 길은 자발적으로 소비하도록 유혹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 P248
어두운 밤바다의 집어등처럼 화려하기만 한 대중문화는 바로 이로부터 기원한 것이다. 오징어를 잡을 때, 선원들은 배에 가득 화려한 등을 밝힌다. 이것이 바로 집어등이다. 바다 깊은 곳에 살고 있는 오징어의 시선을 끌기 위해 마련된 치명적인 유혹의 장치인 것이다. 우리는 과연 오징어보다 현명하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영화, 드라마, 축제, 대중음악, 광고 등등 대중매체가 던져 놓은 화려함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다. 대중매체를 통해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것은 가장 모던하고 새로운 것, 이것들을 가지기만 하면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착시 효과를 주는 것들이다. - P249
그는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메커니즘보다는 자본주의가 우리 내면을 길들이는 방식에 주목했다. 기 드보르의 진단은 차갑기까지 하다. 그에 따르면 스펙터클 사회는 인간으로부터 상품에 대한 시각적 감각을 제외한 일체의 현실 감각을 박탈해버린 거대한 매트릭스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바로 여기에서 역설적으로 스펙터클 사회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을 볼 수 있다. 촉각으로 접할 수 있는, 즉 자신이 직접 몸으로 부딪쳐 느낄 수 있는 구체적인 현실 세계에 지속적으로 개입하여 현실 감각을 키워야 한다. 단지 이것만이 권력과 자본이 내건 집어등의 유혹으로부터 해방되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 P253
왕충은 마차 바퀴와 잡초의 마주침, 들판을 뒤덮은 화마와 잡초의 마주침, 거미줄과 날벌레의 마주침에서도 사건의 우발성에 주목한다. 물론 이 모든 사례들은 인간의 삶이 우발성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납득시키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삶이 예기치 않은 마주침에 의해 요동친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회피하는 인간을 깨우려는 것, 그래서 그들을 삶의 진실에 이르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왕충이 하려는 것이었다. - P256
"이까짓 어린 자식 하나 때문에 하마터면 나의 큰 장수를 잃을 뻔했구나!" 조자룡은 황망히 허리를 굽히고 팽개쳐져 우는 아두를 끌어안고서 눈물을 흘리며 절규했다. "제가 이제 간뇌도지하더라도 주공의 은혜에 보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삼국지연의』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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