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대라도 사치가 일단 존재하면, 사치를 더욱 증대시키는 그 밖의 동기들도 역시 활기를 띠게 된다. 즉 명예욕, 화려함을 좋아하는 것, 뽐내기, 권력욕, 한마디로 말해서 남보다 뛰어나려고 하는 충동이 중요한 동기로서 등장한다. (……) 그렇지만 사치가 개인적이며 물질주의적인 사치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감각적인 향락이 활기를 띠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에로티즘이 생활 양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을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시대에 적용해 보자. 거대한 사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다. 즉 부도 있고, 사랑의 생활도 자유로운 상태에 있었고, 다른 집단을 압도하려고 하는 몇몇 집단의 시도도 있었으며, 또한 우리가 이미 본 바와 같이 19세기 이전에는 전적으로 향락의 중심지였던 대도시에서의 생활도 있었다.
-『사치와 자본주의』 - P238

좀바르트는 사치란 특정 시대만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의 본성에 가까운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치가 인간이 가진 허영, 즉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경과 칭찬을 받으려는 원초적인 욕망으로부터 기원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스스로를 화려하게 꾸며서 자신을 다른 사람과 구별하려고 한다. 비록 내실은 그렇지 않더라도 말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것은 사치가 진정한 의미의 사치가 되기 위해서는 "감각적인 향락", 다시 말해 에로티즘과 관련된 관능적 활기를 수반해야 한다는 좀바르트의 지적이다. 사실 사랑을 구걸하거나 하룻밤의 쾌락을 도모하는 사람들은 욕망의 대상을 유혹하기 위해서 자신의 경제적 여유를 넘어서는 소비를 감내하려고 하지 않는가? - P239

마침내 좀바르트는 19세기에 자본주의가 발달하게 된 원인들에 대해 베버와는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된다. ‘생계 수단을 넘어서는 부가 축적되어야 한다.‘ ‘성생활이 과거보다 자유로워야 한다.‘ ‘다른 계급으로부터 자신을 구별하려는 계급적 구별 의식이 탄생해야 한다.‘ ‘향락과 구별 의식이 기능할 수 있는 대도시가 충분히 발달해야 한다.‘ 이런 다양한 조건들이 우발적으로 마주치게 되면서 산업자본주의로 표방되는 ‘거대한 사치‘의 세계가 서양에서 열렸다는 것, 이것이 좀바르트의 진단이다. 1960년대 이후에야 집중적으로 논의된 ‘소비 사회‘의 논리가 이미 20세기 초에 그 완전한 외형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 이것으로도 좀바르트의 천재성은 주목받아 마땅하다. 물론 베버로서는 안타까운 일일 테지만 말이다. 자본주의의 비밀에 더 가까이 가고 싶은가? 그렇다면 베버의 책을 집어 던지고 좀바르트의 책을 펼쳐야 한다. - P239

"금기가 없다면 에로티즘도 없다"고 주장한 그는 에로티즘이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에 있다고 말한다. 금기란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층위의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에로티즘은 동물적인 성행위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P241

개체의 수준에서든 아니면 사회의 수준에서든 체계가 유지되려면, 체계는 과잉된 에너지를 아낌없이 소모해야만 유지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바타유가 제안한 ‘일반경제‘의 핵심 논리이다. 이에 반해 과잉된 에너지를 적절히 소비하지 못하고 축적만 하려는 경제를 바타유는 ‘제한경제‘라고 부른다. 바타유는 19세기부터 인류가 고도의 생산력을 확보했지만, 그 결과 전대미문의 과잉된 에너지를 축적하게 되었다고 경고한다. 그가 제안한 일반경제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렇게 과잉된 에너지를 적절히 배출하지 못하면, 우리의 삶과 사회는 비만으로 죽어가는 아이처럼 비극적으로 폭발하게 될 것이다. 바타유가 1차 세계대전이나 2차 세계대전이 과잉된 에너지 폭발의 사례라고 본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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