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세상에서 사람은 주로 이기심 때문에 행동한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서 옳은 일은 나쁜 이유 때문에 행해지며, 나쁜 일은 좋은 이유 때문에 행해진다. (중략)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서 ‘타협‘은 추한 단어가 아니라 고상한 단어다. (중략)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서 이른바 도덕성은 대부분 특정 시점의 권력관계에서 자신이 점하고 있는 위치의 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

각주) Saul D. Alinsky, Afterword to the Vintage Edition, Reveille for Radicals(New York: Vintage Books, 1946/1989), pp.224~225. - P110

이들이 알린스키의 운동 방식이야말로 퇴폐적이고 타락하고 물질주의적인 부르주아 가치를 전복하는 것은 물론 자본주의를 타도하는 것과 거리가 멀지 않느냐고 이의를 제기하자, 알린스키는 이렇게 쏘아붙였다. "그 가난한 사람들이 원하는 게 ‘퇴폐적이고 타락하고 물질주의적인 부르주아 가치‘의 향유에 동참하는 것이라는 걸 모르는가?" - P111

"인권, 민주주의, 언론 자유, 환경 등을 중시하는 가치관"은 물질 위에 설 수 있는 것이지, 물질과 무관하게 생겨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친 김에 한 걸음 더 나아가자면 물질과 더불어 경쟁에 대해서도 좀 더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 나름대로 한국 진보 진영의 대표 논객 열 명을 뽑아 그들이 경쟁에 대해 뭐라고 말했는지 확인해보자. 내가 나름대로 분석해보면 경쟁에 대한 부정과 비판을 넘어서 저주 일변도다. 물론 아름답긴 하다. 그런데 영 불편하다. 그들 역시 경쟁을 통해 그 자리에 오른 게 아닌가? 국가와 민족을 타도해야 할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할 수 없지만, 오늘날 한국이 이만큼이라도 발전한 것도 역시 경쟁의 덕을 본 게 아닌가? 보수적인 세상을 넘어서 진보적인 세상을 만들려는 시도 또한 경쟁을 통해서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닌가?
그런데 왜 경쟁을 저주하는 걸까? 물론 신자유주의적 경쟁을 저주하는 것이겠지만, 경쟁이라는 단어까지 쓰레기통에 내버리면 도대체 무엇으로 자신들의 꿈을 이루겠다는 것일까? 경쟁을 보수에 헌납한 사람들에게 유권자들이 무슨 믿음으로 표를 줄 수 있을까?
대기업의 중소기업 착취가 진정한 경쟁인가? 학벌 간판을 놓고 싸우는 입시 전쟁이 진정한 경쟁인가? 정글의 법칙을 따르는 약육강식이 진정한 경쟁이란 말인가? 진보는 경쟁을 부정할 게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경쟁을 해보자며 경쟁을 선점해야 하는 게 아닐까? 진보가 기존의 경쟁관을 바꾸지 않으면 한국 사회를 약육강식형 경쟁관으로 무장한 사람들의 손아귀에 넘겨주는 비극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P113

안철수의 정의 · 공정 메시지는 공생을 강조하는 것으로 완결된다. "사업을 해보니 그래요. 성공이라는 결과를 봤을 때, 내가 공헌하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사회가 내게 허락해준 것이더라고요. 그런 성공의 결과는 100퍼센트 내 것이 아니에요. 그것을 독식하는 것은 천민자본주의죠.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약탈하고 그런 식으로 나 혼자 잘 먹고 잘살겠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잖아요. 그게 제 생각의 출발이었어요." - P120

서경호는 "생각해보자. 우리의 공적 제도는 충분히 합리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가? 규범을 토대로 사회 전반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높은가? 사회적 갈등이 ‘떼법‘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해결되는가? 자신 있게 ‘예‘라고 답하는 이가 많다면 우리의 사회적 자본은 탄탄한 거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니 다들 불안해 혈연 · 지연 · 학연 등 온갖 인연을 애써 따지고 맺는 것이다. 재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한국의 사회적 자본을 중하위권으로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러니 누구의 동생 · 친구라고 혹은 정치인과 함께 찍은 사진 하나 때문에 주가가 뛰는 일까지 벌어졌다. ‘옷깃만 스쳐도 상한가‘, ‘사돈의 팔촌주‘란 우스개까지 나돈다. 테마주가 대선 주자 탓은 아니다. 그렇다고 못 말리는 일부 투자자 얘기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중략) 대선 후보 시절에, 나아가 선거에서 이겨 청와대의 주인이 돼도 테마주를 앞에 놓고 자신을 끊임없이 경계하는 회초리로 삼았으면 한다. (중략) 제대로 된 지도자라면 자기 이름이 붙은 테마주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더 이상 테마주 따위가 설치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새겨야 한다. 정치 테마주의 존재는 대선 주자의 수치다." - P1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