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토론이라는 것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합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제시해서 다른 사람과 접근하든가 설득하든가 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하는 것인데, 우리 사회의 커뮤니케이션은 ‘카타르시스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설득을 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자기 생각을 일방적으로 주장만 하면 되는 일종의 ‘배설 커뮤니케이션‘인 겁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이미 있는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커뮤니케이션밖에 없는 거죠. 그 서클 안에서는 카타르시스가 있어요. 지지도도 오르고. 우리 정치 문화가 그래요. 지역주의에 기반을 두고는 자연히 이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 P56
우리 사회의 커뮤니케이션은 ‘카타르시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손석희의 주장이 반갑다. 나 역시 평소 한국의 언론과 대중매체는 ‘카타르시스 산업‘이라는 주장을 해왔기 때문이다. 대중의 한을 달래주고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는 카타르시스 기능에 관한 한 한국 대중매체는 박수를 받을 만하지만 그늘도 있다. 정상적인 공론장 형성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위축시킨다는 뜻이다. 그 어느 일방의 속을 후련하게 해주는 대화와 타협은 원초적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손석희의 고민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 P57
내가 대신 답을 해준다면, 정치 입문에 대한 질문 자체가 우문이다. 지승호가 질문에서 지적한 ‘정치를 우위에 놓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넘어서 대부분의 한국인이 어떤 분야에 종사하건 그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뒤엔 정치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식의 최종 목표쯤으로 생각하는 정치 지상주의에 만연되어 있는 풍토 자체가 짜증이 나는 거다. 나는 이런 풍토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정치 개혁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에게 "왜 자원봉사 활동을 하지 않으세요?" 라고 묻진 않는다. 왜? 그건 ‘출세‘가 아니니까. 그런데 정치는 출세로 생각한다. 정치가 출세로 통용되는 세상에서 무슨 개혁이 가능하겠는가 말이다. - P61
2005년 1월 8일 손석희는 <시선집중>에서 유명한 말을 남겼다. "전 지도층이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민주사회에서 지도층은 없으니까요." 좋은 말이다. 나는 손석희가 정치 입문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차라리 이 답을 내놓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동문서답이 결코 아니다. 정치 입문에 대한 질문은 "이젠 이만큼 성공했으니 지도층이라는 위치에 오를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아주 몹쓸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니까 말이다. - P65
"손석희는 군더더기가 없는 사람이다. 그의 멘트는 목표물을 향해 공중에서 일직선으로 내리 꽂히는 매를 연상시킨다. 그만큼 간략하고 정확하다. ‘말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 중 손석희처럼 언어의 절제미를 보여주는 사람도 그리 흔치는 않을 것이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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