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커 J. 파머,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종종 제목만으로 마음이 움직이는 책을 만날 때가 있다. 이 책이 그렇다. 원제 《Let Your Life Speak》는 '퀘이커 공동체에 전해 내려오는 오래된 경구'(8쪽)다. 직역하면 "너의 삶이 말하게 하라."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표제)나 "네 인생의 목소리를 들어 보아라"(15쪽)처럼 의역될 수 있겠다. 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주 조바심을 내곤 했다. 그 과정에서 큰 괴로움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성취는 당연하게도 다른 무언가의 희생을 필요로 하며, —호사가들의 오랜 얘깃거리인 노력과 행운을 위시한— 여러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 맞닥뜨렸던 문제들도 어느 부분이 키 포인트고 어떤 방법을 적용하면 해결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아닌 경우도 있었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직접 해보면 할 수 없거나 해결을 시도할수록 점점 복잡해지는 문제도 있었다. 어쩌면 진짜 실마리는 다른 데 있었던 것이 아닐까? 라캉은 인간이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통찰했다. 나는 그가 인간이 가진 절대불변의 특성을 표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식은 으레 변화의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데도 무의식에 이끌려 그것을 좇지 않도록 하려면, 행운이 오기를 빌거나 노력을 쏟기에 앞서 '삶이 내게 걸어오는 말'을 듣는 게 우선이다. 다만, 삶은 언어로만 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