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매슈 리버먼은 페스팅거의 실험을 동아시아인들에게 했을 때 아시아인이 미국인보다 합리화를 훨씬 적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시아인들은 모순을 받아들이는 문화적 환경 속에서 컸기 때문으로 분석되었다. 어떤 식으로든 흡연을 정당화하려는 흡연자는 자신의 인지 부조화를 줄이기 위해 4가지 자기암시 수법을 쓴다. 첫째, 매우 즐기기 때문에 그만한 가치가 있다. 둘째, 유전자가 좋아 나는 괜찮을 것이다. 셋째, 인생을 살면서 모든 위험을 다 피해가면서 살 수는 없는 법이다. 넷째, 금연하면 체중이 늘거나 스트레스가 심해져 건강에 오히려 좋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왜 사람마다 인지 부조화에 대응하는 방식이 다른가? 왜 어떤 사람은 전혀 다른 사태가 벌어졌을 때 이성적으로 발을 빼는데, 어떤 사람은 계속 매달리는가? 페스팅거의 제자인 심리학자 엘리엇 애런슨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저는 정직한 성찰을 통해 부조화 문제에 대응하는 사람은 성격이 원만하고 높은 자기 존중감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반대로 아주 낮은 자기 존중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투자한 것이 별것 아니라 여기고 스스로 바보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 설명에 따른다면, 광신도들은 아주 높은 자기 존중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자신이 투자한 것이 별것 아니라 여기고 스스로 바보라고 생각하는 걸 상상할 수조차 없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씻을 수 없는 모욕이 된다. 정도의 차이일 뿐 우리 사회에는 심리적 부조화를 줄이기 위해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누구든 자신은 예외일 거라고 믿고 싶겠지만, 예외는 없다. 단지 자신의 인지 부조화를 줄이려는 분야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 P65
69, 71 해병대 출신의 엄청난 자부심도 그들이 받은 혹독한 훈련에서 비롯된다. 해병은 전원이 지원병인데, 3.5~5 대 1의 지원율은 보통이고 학기 말, 학기 초엔 10 대 1까지 치솟는다. 합격자의 47퍼센트가 두 번 이상 지원자다. 게다가 아무나 해병대 훈련을 통과할 수 없다는 믿음은 "우리는 다르다"는 엘리트 의식을 낳고, 이게 기반이 되어 전역 후에도 끈끈한 전우애를 유지한다. 해병대 출신들의 유난스러운 단결력에 대해 한양대학교 교수 정기인은 "엄청난 기합과 지옥 훈련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스스로 엘리트 의식을 가지며, 이러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타 집단이 이해할 수 없는 고도의 동질감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자신이 큰 고생을 했거나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은 일을 더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하는 심리적 현상을 ‘노력 정당화 효과‘라고 한다. 그 심리적 메커니즘은 앞에서 살펴본 ‘인지 부조화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게 어떻게 해서 얻은 자격인데……" 하는 생각이 자신의 소속 집단에 대한 과대평가는 물론 집착에 가까운 애정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중략)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간혹 과도한 탐욕과 오만의 포로가 되는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내가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생각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서비스를 하는 감정 노동자들에게 폭력이나 폭언을 하는 스캔들이 자주 일어나는 것도 그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 P69
여러 연구 결과, 소비자는 조립 등과 같은 참여를 통해 자기 취향과 의지를 많이 반영해 만든 제품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가리켜 ‘이케아 효과‘라고 한다. 앞에서 살펴 본 ‘노력 정당화 효과‘의 일종이다. 이와 관련, ‘이케아 효과‘라는 말을 만든 듀크대학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미국 주부들이 가사에 투입하는 노동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1950년대에 인스턴트 케이크 믹스가 출시되자, 처음에는 주부들이 썩 내켜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왜 그랬을까? 인스턴트 케이크 믹스의 도입으로 손쉽게 케이크를 만들 수 있게 되면 주부들의 노동력과 요리 기술이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제조 업체들은 주부가 계란을 집어넣어야 케이크가 완성되도록 인스턴트 케이크 믹스의 조리법을 바꾸었으며, 그 결과 인스턴트 케이크 믹스가 더 널리 보급되었다. - P75
그러나 이케아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기업도 있는데,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애플이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통제욕과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콘텐츠,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모든 측면을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통합된 엔드투엔드end-to-end 방식을 선호했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제품과 호환이 되지 않는 컴퓨터를 만들었다. 애플의 엔드투엔드 방식은 ‘애플 생태계‘라는 말까지 낳게 했다. 아이폰 · 아이패드 같은 하드웨어와 이를 작동시키는 운영체제iOS, 보고 즐기는 콘텐츠, 기기를 사고파는 오프라인 매장(애플 스토어)과 애플리케이션(앱)을 거래하는 앱스토어를 통틀어 생태계로 칭한 것이다. 세계에서 애플만 유일하게 이런 생태계 전체를 갖고 있다. 기기를 만들어 애플 스토어에서 팔고, 아이튠즈에서는 음악을, 앱스토어에서는 앱을 판매한다. 이렇게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 과정을 틀어쥐고 있는 데서 애플의 시장 장악력이 나온다는 게 경영학자들의 분석이다. 그런데 엔드투엔드 방식이 가진 문제점은 사용자들을 기쁘게 하고자 하는 열망 때문에 사용자들에게 권한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이크 데이지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애플 제품의 사용자들은 자기 뜻대로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없고, 애플이 통제하는 애플의 서버로부터 다운로드를 받아야 한다"며 모든 프로그램은 "애플의 통제와 검열을 받는다"고 비판했다. 또 하버드대학 법대 교수 조너선 지트레인은 「왜 나는 아이패드를 사지 않으려고 하는가」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매우 사려 깊고 멋진 디자인이다. 하지만 또한 사용자에 대한 명백한 멸시가 포함되어 있다. 아이들에게 아이패드를 사주는 것은, 이 세상이 자신의 것이며 스스로가 분해해 재조립해야 할 대상임을 깨닫게 해주는 방법이 될 수 없다. 그보다는 배터리를 바꿔 끼우는 단순한 일조차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일깨워주는 수단이 된다." 반면 잡스는 통합적인 접근법을 정의正義의 문제로 간주했다. "우리가 이런 것들을 하는 이유는 통제광이라서가 아닙니다. 훌륭한 제품을 만들고 싶어서, 사용자들을 배려해서, 남들처럼 쓰레기 같은 제품을 내놓기보다는 사용자 경험 전반에 대해 책임을 지고 싶어서 그러는 겁니다." 엔드투엔드 방식에 대한 비판은 사회적인 반면, 잡스의 반론은 종교적이다. 과연 소비자들은 어떤 걸 더 원할까. 이케아 효과에 빗대 말하자면, 사용자 경험 전반을 통제해 책임을 지고 싶다는 잡스의 생각은 ‘애플 효과‘라고 할 수 있겠지만, 소비자의 기질과 취향에 따라 이케아 효과를 원하기도 하고 애플 효과를 원하기도 한다고 보는 게 옳겠다. - P76
손실 회피 편향은 조직 관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공무원이나 회사원에 대해 너무도 쉽게 ‘복지부동‘이라거나 ‘무사안일‘이라는 비판을 하지만, 역지사지를 해볼 필요가 있다. 혼자서 의사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구조를 가진 조직에선 직원들이 위험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위험을 감수해 잘해내면 보너스를 조금 더 받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일자리를 빼앗길 정도라면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을 하려고 들겠는가? 이와 관련, 롤프 도벨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느 회사에서든 거의 모든 경우에 출세를 위협하는 요소가 성공 가능성을 능가한다. 그러므로 이제 회사의 상관으로서 직원들에게 위험을 감수하려는 자세가 부족하다고 하소연해온 사람이 있다면, 마침내 그 이유를 알았을 것이다. 바로 손실 회피 편향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바꿀 수 없다.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더 강하다. 우리는 긍정적인 일보다 부정적인 일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거리를 가다 보면 친절한 얼굴들보다 불친절한 얼굴들이 눈에 더 빨리 띈다. 나쁜 태도는 좋은 태도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물론 예외는 있는데, 우리 자신에 관한 일일 때가 그렇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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