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이완 역시 노동력의 재충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일의 한 양태에 지나지 않는다. - P5

진리는 그 자체로 이미 시간 현상이다. 진리는 지속적인 영원한 현재의 반영인 것이다. - P26

경험 또한 시간적 확장, 여러 시간 지평의 착종을 바탕으로 한다. 경험의 주체에게 과거는 단순히 사라지거나 버려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그의 현재, 그의 자기 이해를 형성하는 요소로서 남아 있다. 작별은 한때 있었던 자의 현존을 희석시키지 않는다. 그의 현존은 작별을 통해 오히려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떠나간 것은 경험의 현재와 완전히 단절되지 않으며, 오히려 경험의 현재와 뒤얽힌 채로 남아 있다. 또한 경험의 주체는 앞으로 올 것에 대해, 예측불허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스스로를 열어두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는 그저 일해서 시간을 조금씩 갚아가는 노동자로 굳어져버릴 것이다. 그는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변화는 노동과정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반면 경험의 주체는 결코 자기 자신과 동일한 상태로 머무르지 않는다. 그의 거처는 지나간 것과 앞으로 올 것 사이에 있다. - P26

잠자는 사람은 오히려 유희하는 자, 방랑하는 자이며 시간의 지배자이기도 하다. "잠자는 사람은 시간의 경과를, 세월과 여러 세계의 질서를 제 둘레에 둥그렇게 펼쳐놓는다." 때때로 혼돈과 착란도 일어나기는 한다. 하지만 그런 일도 파국적인 종말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항상 "착한 확실성의 천사"가 와서 구원해주기 때문이다. "[......] 한밤중에 깨어나면 나는 내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했다. 처음 순간에는 내가 누구인지조차 몰랐다. [......] 하지만 차츰 기억이 찾아왔다. [......] 마치 스스로는 헤어 나올 수 없는 허무에서 나를 건져주려 위에서 내려오는 구원자처럼. 1초 만에 나는 수세기의 문명을 건너고, 석유 등잔과 풀어진 셔츠의 희미한 이미지에서 서서히 나의 자아가 그 본래의 모습대로 새로이 만들어졌다." - P30

"혁명Revolution"이라는 개념 또한 원래는 전적으로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혁명도 물론 과정이기는 하다. 하지만 거기에는 귀환과 반복의 측면이 없지 않다. 원래 레볼루치오revolutio는 별의 운행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것이 역사에 적용되면서 한정된 수의 지배 형태들이 순환적으로 반복됨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역사의 진행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이 하나의 원환으로 엮인다. 전진이 아니라 반복이 역사의 진행을 규정한다. 게다가 인간은 자유로운 역사의 주체가 아니다. 인간은 여전히 시간에 대해 자유롭기보다는 내던져진 입장에 처해 있다. 혁명을 만드는 것은 인간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은 별들의 운행 법칙에 종속되어 있듯이 혁명에 종속되어 있다. 시간은 자연적 상수들에 의해 형성된다. 시간은 소여, 즉 주어져 있는 사실이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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