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공장식으로 번식시키는 그 잔인한 사업은 사실 우리나라 반려견 문화의 어두운 단면이며 저와 같은 관련 종사자들의 밥줄이기도 합니다. 강아지가 많이 태어나야 고급 사료, 동물병원, 용품, 훈련소, 호텔, 미용 등과 관련된 사람들이 먹고삽니다. 어쩌면 저 역시 이런 비인도적인 산업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사실을 알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강아지들이 더 건강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더 좋은 사람과 함께 자라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지나가다 우연히 애견숍 안에서 잠들어 있는 강아지를 본다면, 마냥 귀엽다고 쓰다듬고 충동적으로 살 일이 아니라, 그 배경에 이런 비인도적인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한 사람이 아는 일이 두 사람이 아는 일이 되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되면, 무분별한 팻 팩토리는 점점 사라질 테니까요. - P50

그래서 우리가 강아지의 이름을 지어줄 때 고려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2음절이어야 한다.
둘째, 모음으로 끝나면 안 된다. - P78

‘퍼피 라이선스Puppy License‘
이 말은 생후 4개월에서 5개월 사이의 강아지는 무슨 실수를 하던 혼내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로 유럽의 유명한 훈련사 투리드 루가스가 만든 타이틀입니다. 저 역시 이 말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많은 분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모든 강아지에게는 ‘퍼피 라이선스‘가 있습니다. 종이를 물어뜯어도 괜찮고, 아무 데서나 실수해도 괜찮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강아지가 있는 집에서는 보호자가 주의해야 하겠지요. 강아지는 물고, 뛰고, 달리고, 점프하고, 땅 파고, 화분 넘어뜨리고, 핥고, 잠자고, 쉬하고, 싸우고, 먹이를 보고 달려드는 게 당연하기에 우리는 그들을 이해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반려견을 기르는 보호자이니까요. - P94

강아지가 너무 많이 먹거나, 너무 안 먹어서 고민이라는 분이 많습니다. 보호자가 밥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반려견의 식습관이 달라지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울 것입니다. 처음 입양을 하고 일주일 정도는 입양 전과 똑같이 밥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갑작스럽게 식사 방법을 바꾸면 강아지에게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강아지들은 저마다 다르고, 환경 또한 달라서 어떤 정답이 있는 게 아닙니다. 저는 입양 후 일주일이 지나고 나면 자율급식을 권장합니다. 강아지들에게 밥을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는 안정감을 주는 방법이지요. 이 자율급식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평소 하루 종이컵으로 두 컵씩, 아침저녁으로 총 네 컵씩 먹는 반려견이 있습니다. 먹이를 보면 무서울 정도로 순식간에 먹어치웁니다. 의뢰인은 반려견이 항상 이렇게 배고파한다고 합니다. 보호자가 먹이를 주려고 컵만 들어도 점프를 하는 등 흥분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강아지에게 자기 스스로 밥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자율급식을 제안했습니다. 자율급식으로 바꾸면서 며칠 동안 평소의 3배에서 4배나 많은 사료를 먹었습니다. 의뢰인은 이러다 강아지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먹는 양이 늘어난 만큼 대변 보는 횟수도 많아졌고 마시는 물의 양도 늘었습니다. 그러자 숨도 헐떡이고, 묽은 변을 봅니다. 의뢰인의 걱정은 나날이 늘어만 갔습니다. 저는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해보자고 했습니다. 자율급식에 대한 분명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째 접어들자, 이제는 밥을 줘도 남기기 시작합니다. 밥을 가득 담아줬는데, 냄새만 맡고 돌아갑니다. 보호자가 전날 저녁에 종이컵으로 6컵이 들어가는 먹이그릇에 사료를 가득 부어놓아도 만 하루가 지날 때까지 그 사료를 다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자율급식을 시작하고 약 1개월이 지나자 그 강아지는 대략 24시간 동안 5~6컵 정도를 먹게 되었습니다. 예전보다 1컵에서 2컵 정도를 더 먹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예전과 달리 사료를 보고 점프를 하거나 흥분하지 않고 보호자를 재촉하지도 않습니다. 그 강아지가 과연 한 컵을 더 먹게 되었기 때문에 그 양에 만족해서 이런 변화가 생긴 걸까요? 정말 그 강아지가 원했던 것이 종이컵 한 컵 정도의 사료를 더 먹는 것이었을까요?
아닙니다. 그 강아지가 그토록 원하던 것은 사료가 아니라, 먹이에 대한 안정감이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언제든 자신이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강아지에게 사료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는데, 아침저녁으로만 그것도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주인이 줄 때에만 먹을 수 있으니 위기감을 느꼈던 것입니다. 주인이 집에 오지 않으면 먹이를 먹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그 강아지에게 엄습했던 것이지요. 옛날 야생의 개들은 그리 풍족하게 지내지 않았습니다. 사냥 성공률도 그다지 높지 않았고요. 사냥감이라도 잡는 날에는 맘껏 먹어놓기 위해 정신없이 먹고 서로 치열하게 싸웠을 것입니다. 먹이는 곧 생존이니까요. 애완용으로 길러지는 다람쥐는 가을이 되어도 먹이 활동을 하지 않고, 겨울이 되어도 동면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늘 그들의 먹이그릇에는 먹이가 들어 있으니까요.

만족감은 사자도 온순하게 만듭니다. 자율급식을 하기 전에 그 보호자는 강아지의 배고픔을 이용해 앉아, 엎드려, 기다려 같은 것들을 가르쳤습니다. 영리한 강아지는 보호자가 시키는 대로 하면 먹을 것을 얻어먹을 수 있으니 필사적으로 따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배운다고 해도 먹이에 대한 안정감은 얻을 수 없습니다. 제가 자율급식을 제안한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강아지가 먹이를 보면 흥분하는 이유가 먹이, 즉 생존에 대한 집착이었던 것입니다. 교육을 잘 따라가는 강아지가 될 수는 있었지만 그 강아지는 늘 못 먹을지도 모른다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을 것입니다. 부족한 물과 먹이는 반려견들의 감정을 단순하게 만듭니다. 오로지 먹기 위해서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지요. 그런 상태에서 보호자와의 복잡한 상호작용이나 교감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강아지 입장에서는 보호자를 오로지 ‘먹이를 주는 고마운 사람‘으로만 인식할 수도 있습니다. 자유롭게 먹이를 먹을 수 있다면, 당신의 반려견은 훨씬 더 여유로워질 것입니다. 그러면 더 많은 생각을 가지고 보호자를 대할 수 있고, 먹이에 대한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돼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 P122

정답을 찾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이유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로 반려견의 공격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공격성은 당하는 사람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줍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반려견들이 언제든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고 잘못 알고 있습니다. 믿기지 않지만 사실입니다. 어린 시절 강아지에게 물렸거나 한 번도 물리지 않은 사람들도 그렇게 알고 있는 분이 많습니다. 그들은 다른 생명체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포심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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