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타인의 생각과 느낌을 인지하고, 팀의 일원으로 자기 몫을 훌륭히 해 내고, 인간관계를 맺고, 남들과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고, 논리로는 불가능한 위대한 능력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등 말 그대로 인간다운 근원적인 본성에 관련된 자질이 가치 높은 기술로 새로이 주목받는다. 앞으로 부각될 그런 자질은 과거에 우리 경제가 가장 가치 있게 평가했던 능력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부류다. 이번에 맞이할 변혁을 통해서 우리는 일을 통한 금전적인 보상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한층 풍요롭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기대할 수 있다. - P17

산업혁명이 한창 시작될 즈음에는 기술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이미 굳게 자리를 잡았다.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에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19세기 초에 기계식 직조기를 부수면서 과격하게 저항했던 러다이트(Luddite, 영국 산업 혁명 당시 실직을 염려하여 기계 파괴 운동을 일으킨 직공단으로 지도자인 네오 러드의 이름을 따서 러다이트라고 불렀다-옮긴이)들은 그저 잘 알려진 한 가지 예에 불과했다. - P27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역시 이 같은 경향을 주시하고 전례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2014년 워싱턴DC에 모인 청중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운전자, 웨이터, 간호사 할 것 없이 사람의 일을 소프트웨어가 대체하는 추세가 진행 중입니다. 정보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시간이 흐르면 일자리 수요가 줄어들게 됩니다. 앞으로 20년 뒤에는 수많은 전문 분야의 노동 수요가 상당히 줄어들 것입니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그런 현실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 P33

나는 그런 어려운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음을 느끼면서,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는 과연 이런 변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다. MIT 미디어랩 창시자로 유명한 그는 일찍이 전화가 유선에서 무선으로, 텔레비전이 무선에서 유선으로 바뀐다고 예측했는데 그가 예측했던 내용은 대부분 실제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나는 이메일로 "지금으로부터 5~10년 뒤에, 사람이 컴퓨터보다 잘 하는 일에 어떤 것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보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즐기는 일‘을 빼고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정말 일이 없는 세상을 원할까?
사실 인간의 노동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욕구는 무한하기 때문이다. 기술이 인간을 위해 아무리 많은 걸 해주더라도 인간은 항상 더 많이 원할 것이다. 잘 알려진 밀턴 프리드먼의 말처럼, 앞으로는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고 정신과 의사를 대동하고 다니게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예전에 헨리 포드(존 D. 록펠러라는 설도 있다)가 골프를 배우는데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자, 남자 아이를 고용해 골프 코스를 따라 다니면서 고개를 들고 치라고 알려주도록 했다는 그와 비슷한 일화가 있다. - P58

산업혁명이 태동하고 기계시대가 시작된 이후 인간의 성공은 인간의 기계 같은 습성에서 유래한 경우가 많았다. 인간은 수십 년 동안 공장에서의 육체노동과 사무실에서의 정신노동 같이 반복적이며 규칙적인 활동에 몸담았다. 그것이 그 당시 일의 특성이었다. 헨리 포드가 "양손이 필요하다고 했더니만 왜 매번 머리가 딸려 오는 거야?"라고 불평했던 것도 바로 그런 맥락에서다. 그런 업무는 사실 기계에게 적합한 일이었다. 그저 그 시대에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기계가 아직 만들어지지 못했을 뿐이었다. - P9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