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간단히 강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마법‘일 것입니다. 그런 ‘마법‘은 한 실체를 다른 실체로 변화시킵니다. 그러나 마법은 실체의 영역을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그와 반대로 도겐의 "흐르는 산"은 마법을 통한 본질 변화로부터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흐르는 산은 사물들 서로 간의 스며듦이 일어나는 비어 있음의 일상적 모습을 나타냅니다. "진정한 진리 속에는 마술도 비밀도 기적도 없습니다. 그런 것들을 바라는 사람은 잘못된 길을 가는 것입니다. 물론 선불교에는 모든 종류의 요술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주전자로부터 후지 산을 솟아나게 하거나, 불에 달궈진 부젓가락으로부터 물을 짜내거나, 나무 기둥 위에 앉거나, 혹은 두 개의 산의 위치를 서로 바꾸는 요술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마술도 기적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들은 일상의 흔한 일입니다. - P64

라이프니츠는 무가 존재보다 "더 간단하고 더 쉽다고" 여깁니다. 존재하기 위해서는 힘, 의지 혹은 무에 저항하거나 무를 견디려는 충동이 필요합니다. 이런 존재 능력의 핵심은 자기를 좋아하는 것, 즉 "자기를 성취하려는" 의욕입니다. 그리하여 존재는 원함의 구조를 가집니다. 그런 원함은 자기를 원하기에 자기와 관계하는 것입니다. 그와 반대로 육체와 영혼을 벗어던지기를 요구하는 도겐이 가리키는 존재는 의지 혹은 욕구를 근본 특징으로 가지지 않습니다. 선불교의 수행은 마음에 완전히 다른 존재가 도달할 때까지 마치 마음을 굴기는 것과 같습니다. 그 다른 존재는 아페티투스가 없이 있습니다. - P86

『꽃꽃이에 관하여』에서 선불교 철학자 니시타니 게이지는 일본의 꽃꽃이 예술을 잘라냄 현상의 관점에서 해석합니다. 꽃을 삶의 뿌리로부터 분리하는 것은 꽃의 영혼을 잘라내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꽃으로부터 충동적 의욕, 즉 아페티투스가 제거됩니다. 이렇게 자르는 것은 꽃에게 죽음을 줍니다. 꽃은 고유한 방식으로 죽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죽음은 시드는 것과 다릅니다. 꽃에게 시든다는 것은 다 살았다는 것 혹은 자연사했다는 것을 뜻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꽃이 마지막까지 살기 전에 죽음을 줍니다. 꽃꽃이를 위한 꽃은 시들기 전에, 자연사하기 전에, 삶과 의욕이 멈추기 전에 절단되어야만 합니다. - P93

하이데거는 인간적 현존재의 근본 특징이 "걱정"이라고 주장합니다. 주장에 대한 "근거" 혹은 "증거"로 하이데거가 제시하는 것은 오래된 우화입니다. "옛날에 ‘걱정‘이 강을 건넜을 때 그녀["걱정"으로 번역한 독일어 "Sorge"는 여성 명사]는 점토질의 흙을 보았습니다. 생각에 빠진 채 그녀는 흙 한 덩어리를 주워 빚기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만든 것에 대해 숙고할 때 유피테르가 다가옵니다. ‘걱정‘은 유피테르에게 빚어진 흙덩어리에 정신을 줄 것을 부탁합니다. 그녀의 부탁을 유피테르는 기꺼이 들어줍니다. 그러나 이제 그녀가 빚어진 것에 그녀의 이름을 붙이길 원했을 때, 유피테르는 허락하지 않았고 자기의 이름이 주어져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름 때문에 ‘걱정‘과 유피테르가 싸울 때, 흙(Tellus[대지의 여신]}도 일어나 빚어진 것에 자기 이름을 붙이기를 원했습니다. 실제로 흙의 몸 한 덩어리가 빚어진 것에 제공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싸우는 이들은 사투르누스[계절의 신]을 심판관으로 모셨습니다. 그리고 사투르누스가 내린 정당해 보이는 결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유피테르, 그대는 정신을 주었기 때문에 그 빚어진 것이 죽을 때 정신을 받아야 하고, 흙, 그대는 육체를 선물했기 때문에 육체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최초로 빚은 ‘걱정‘은 그것이 살아 있는 동안 그것을 소유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이름 때문에 싸움이 있으므로 그것은 ‘호모homo‘라고 불리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후무스humus(흙)로부터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호모는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기 위해 자기에게 죽음을 주어야만 할 것입니다. - P95

걱정이 없는 사람은 내가 있음[나의 존재]을 지키지 않습니다. 그는 계속 동일하게 있으려 하지 않고 만물의 운행에 맞춰 변합니다. 그의 아무것도 아니면서 자기가 없는 자아는 만물의 비춤과 비침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는 만물의 빛 속에서 빛납니다. 자기 마음에 있는 두 가지 영혼 때문에 고뇌하는 파우스트에게 바쇼는 어쩌면 다음과 같이 말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대의 영혼들을 잘라내십시오! 그리고 거기에 매화가 피게 하십시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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