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빈은 바다 절벽 아래 동굴에 살면서 자기 부인이랑 강도짓을 했어.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기다리다가 사람이 나타나면 돈과 보석과 물건을 뺏은 다음에 증거를 없애려고 사람을 죽였지. 근데 죽여도 시체가 남잖아. 그걸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먹었대.
시체를?
응. 내장은 잘라서 바다에 버리고 살은 말려서 소금에 절여 먹었대. 뼈는 동굴 한쪽에 쌓아두고. 그렇게 강도짓과 살인을 하고 사람을 먹으며 살았는데, 그러는 동안 열네 명의 자식이 태어났어.
와우.
그 열네 명의 아이들이 사람 고기를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서 다시 스물두 명의 자식을 낳았고.
그 동굴에서만?
응. 바다 절벽 동굴에서만.
자기 가족은 안 먹고?
응. 가족들은 힘을 모아 강도와 살인을 하고 서로 섹스해서 일꾼을 늘려갔어. 시간이 지나면서 소니 빈의 가족은 마흔여덟 명으로 늘어났어. 사람이 많아지자 작업은 점점 세련되고 전문화되었대. 분업이 시작된 거지. 누구는 강도. 누구는 살인. 누구는 고기 말리는 담당. 누구는 고기 절이 담당. 누구는 보관 담당. 누구는 내장 처리. 그렇게 작업속도가 빨라지니까 다 먹지 못하고 썩어서 버리는 사람 고기가 넘쳐났대.
대가족이 먹고도 남을 정도로 많이 죽였구나.
응. 소니 빈의 자식과 손주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사람 고기를 먹어서, 사람 먹는 걸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 우리가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돼지고기를 사 먹는 것처럼, 그들에게 살인과 강도와 식인은 정말 자연스러웠던 거지.
죄의식 같은 것도 전혀 없고.
응. 그렇게 이십오 년을 살다가 결국 온 가족이 다 잡혀서 사형당했는데, 아무도 후회하거나 반성하지 않았대. 자기들이 왜 잡혔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더더욱 모르고. 사람들이 자기들을 보고 왜 끔찍해하는지, 혐오하고 비난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사람을 죽이고 그 고기를 먹는 걸 나쁘다고 생각한 적 없으니까······ 어쩌면 자기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저들에게 잡혔으니 이제 곧 먹히겠구나 생각했을 수도 있고.
······우리도 곧 먹히겠구나.
근데 어리기 때문에 살인과 강도를 하지 않은 애들도 있었을 거잖아. 어른들이 주는 고기를 받아먹기만 한 아이들. 그 아이들도 사형당했대.
애들은 자기들이 먹는 그게 뭔지 알았을까?
알았겠지.
알고도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겠지?
응. 다들 먹으니까.
그거 진짜 있었던 일이야?
모르겠어. 스코틀랜드 전설이래. 지금은 소니 빈 가족이 살았던 동굴이랑 그 지역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어놨대.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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