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돌보는 능력과 더불어 창의성 또한 자동화가 넘기 어려운 장애물이다. 요즘은 음악을 파는 데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아이튠스 스토어에서 음악을 직접 내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와 뮤지션, 가수, DJ는 여전히 피와 살로 된 인간이어야 한다.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가능성 중에서 선택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그들의 창의성에 의존한다.
그럼에도, 결국에는 어떤 일자리도 자동화의 위협으로부터 절대적으로 안전한 상태로 남아 있지는 못할 것이다. 현대 세계에서 예술은 보통 인간의 감정과 결부돼 있다. 우리는 예술가의 역할이 우리 내부의 정신적 힘들을 연결하는 것이고, 예술의 모든 목적은 우리를 서로 간의 감정으로 연결하거나 우리 내면에 어떤 새로운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다 보니, 예술을 평가할 때도 그것이 청중에게 미치는 감정적 영향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예술이 인간의 감정에 의해 규정된다고 했을 때, 외부 알고리즘이 인간의 감정을 셰익스피어나 프리다 칼로, 혹은 비욘세보다 더 잘 이해하고 조종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 P52

사람들이 자신을 예술과 연결하는 것은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가령, 페이스북이 당신에 관해 아는 모든 정보를 기반으로 맞춤식 예술을 만들기 시작한다면 놀라우면서도 다소 불길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당신의 남자 친구가 떠났을 때 페이스북은 아델이나 앨라리스 모리셋의 가슴을 아프게 한 미지의 사람보다는 특정한 그 망할 자식에 관한 맞춤 노래로 당신을 달래줄 것이다. 그 곡은 심지어 당신이 그와 맺은 관계에서 겪은 실제 일들까지 떠올리게 해줄 텐데, 그것에 대해서는 세상의 그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다. - P56

인간의 생화학 체계만 알면 위대한 예술이 나올까? 답은 예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렸다. 만일 아름다움이 실제로는 청중의 귀에 있다면, 그리고 고객이 언제나 옳다면, 생체측정 알고리즘은 역사상 최고의 예술을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예술이 인간의 감정보다 더 깊은 무엇에 관한 것이라면, 그리고 우리의 생화학적 진동 너머의 진실을 표현해야 한다면, 생체측정 알고리즘은 그리 뛰어난 예술가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점에 관해서는 대부분의 인간 예술가도 사정은 같다. 단지 예술 시장에 진입해서 많은 인간 작곡가와 연주자를 대체하는 것이 목표라면, 알고리즘은 곧장 차이코프스키를 추월할 필요는 없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능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 P57

예술에서 의료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전통적인 일자리 다수가 사라지면 새로운 인간 일자리의 창출로 상쇄될 것이다. 알려진 질병을 진단하고 익숙한 치료를 관장하는 데 집중하는 일반 의사들은 AI 의사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획기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신약이나 수술 절차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인간 의사와 연구소 조교에게 훨씬 더 많은 돈을 지급해야 할 것이다.
AI는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인간 일자리 창출을 도울 수 있다. 인간은 AI와 경쟁하는 대신 AI를 정비하고 활용하는 데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드론이 인간 비행사를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정비와 원격 조종, 데이터 분석,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많이 생겨났다. 미군의 경우 무인기 프레데터나 리퍼 드론 한 대를 시리아 상공으로 날려보내는 데 30명이 필요한데, 그렇게 수집해 온 정보를 분석하는 데는 최소 80명이 더 필요하다. 2015년 미 공군은 이 직무를 맡을 숙련자가 부족해, 무인 항공기 운용 인력 부족이라는 역설적인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2050년 고용 시장은 인간-AI의 경쟁보다는 상호 협력이 두드러진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부터 은행 업무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AI가 한 팀을 이루면서 인간과 컴퓨터 모두를 능가할 수 있을 것이다. 1997년 IBM의 체스 프로그램인 딥 블루가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은 후에도 인간이 체스를 그만두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AI 트레이너 덕분에 인간 체스 챔피언은 실력이 유례없이 좋아졌고, 잠시나마 ‘켄타우로스‘로 알려진 인간-AI 팀이 체스에서 인간과 컴퓨터 모두를 능가했다. 마찬가지로 AI는 인간이 사상 최고의 형사, 은행원, 군인으로 단장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생겨난 새로운 일자리는 모두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비숙련 노동자의 실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거라는 점이다. 그런 일자리를 실제로 메울 사람을 재교육하기보다 아예 새로운 인간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더 쉬운 일로 판명될 수 있다. 이전에 자동화 물결이 밀려들었을 때, 사람들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기계적인 직업을 또 다른 비슷한 수준의 일로 바꿀 수 있었다. 1920년 농업이 기계화하면서 해고된 농장의 일꾼들은 트랙터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새 일을 찾을 수 있었다. 1980년 공장 노동자는 실직하더라도 슈퍼마켓의 현금출납원으로 새 출발을 할 수 있었다. 그런 직업 변화가 가능했다. 농장에서 공장으로, 다시 공장에서 슈퍼마켓으로 옮겨가는 데는 훈련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 P58

하지만 정부 지원이 충분하게 제공된다 해도 수십억 명이 반복해서 자신을 바꿔나가는 과정에서 정신적 균형을 잃지 않을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따라서 우리의 모든 노력에도 인류의 상당한 비중이 고용 시장에서 밀려난다면 일-이후 사회와 일-이후 경제, 일-이후 정치를 위한 새로운 모델을 탐구해야 할 것이다. 그 첫걸음은 우리가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경제적, 정치적 모델이 앞으로 직면할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기에는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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